매년 성탄절을 맞이할때마다 저에게는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합니다. 하나는 하늘 영광을 내려놓고 자기를 비우셔서 사람의 모습, 특별히 갓난 아기의 모습으로 이 땅에 강림하신 예수님에 대한 감사와 기쁨입니다. 다른 하나는 성탄절기 설교에 대한 부담입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된 성경본문은 아주 한정되어 있는데, 매년 성탄 시즌마다 절기 설교를 해야 하니 그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수년전에 이미 설교했던 본문이지만, 기도하고 묵상할때마다 주시는 새로운 감동이 있습니다. 제가 오늘과 성탄절 당일에 전하는 말씀은 제가 부임하던 2017년 12월에 다루었던 본문이기도 합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나사렛에 살던 마리아에게 찾아와서 인사를 합니다. 성경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첫마디는 “안녕, 마리아!”(Hi, Mary)였을 것입니다. 이것을 라틴어로 표현한 것이 “아베 마리아”(Ave Maria)입니다. 그런 다음에 천사가 한 말이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이어진 말은 전혀 평안할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네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인데,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지금 마리아의 형편은 요셉과 정혼한 상태입니다. 정혼은 당시 유대인의 독특한 결혼제도인데, 법적으로는 부부상태이지만, 정식 결혼때까지 부부관계를 가지지 않습니다. 성경학자들은 당시 정혼하는 신부의 나이를 13-15살로 봅니다. 아직 십대 중반에 불과한 소녀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말이 안된다면서 부정하기도 했지만, 마리아는 마침내 자신이 감당할 사명을 믿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이 말씀을 묵상하는데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과연 내게는 이런 믿음의 고백과 순종이 있는가 라는 생각 앞에 부끄러움이 들었습니다. 조수미가 부른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그 고귀한 믿음의 순종을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