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 전재성 목사

타향살이— 전재성 목사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여 년에 청춘만 늙고// 부평 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 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봄도 푸르련만/ 버들피리 꺾어 불던 그때는 옛날// 타향이라 정이 들면 내고향 되는 것을/ 가도 그만 와도 그만 언제나 타향’

이 노래는 1934년에 발표된 김능인 작사, 손목인 작곡, 고복수 노래의‘타향살이’라는 곡입니다. 숱한 타향살이를 강요받았던 우리 민족사에서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 제국주의의 수탈과 억압으로 인해 고향을 잃고 유랑민이 되어 만주나 연해주를 떠돌며 고단한 삶을 살았던 우리 선친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게 느껴지는 망향가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덧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면서 어렸을 적 뛰어놀았던 광주천변에서의 추억들이 생각납니다. 메뚜기 잡고, 미꾸라지 잡고, 천변에서 불피우며 동네 친구들과 하수도를 탐험하며 해 질 녘에서야 시커먼 얼굴로 눈만 껌벅이며 집에 돌아와서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현관문 걷어차며 마당 앞 수돗물 가로 뛰어가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할아버지 저녁 밥상으로 기어들어가 두 공기 세 공기 뚝딱 해치웠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개구지던 그 시절을 뒤로하고 고향집을 떠나 미국 타향살이한 지 20년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바뀌어도 두 번 바뀌었을 아련한 시간 속에서 왠지 추석 한가위 명절 끝자락에서 고향 생각과 추억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아마도 명절날 함께 모여 맛난 음식을 먹으며 밤새 친척들과 웃고 떠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 했던 그 순간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흘러간 시간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타향살이 내내 우리네 선친들처럼 고단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그분들이나 나나 한스럽게 다가오는 건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저녁 노을빛 사이로 밥 짖는 내음을 뒤로하고 멀리서 재성아, 재성아, 밥먹어라! 소리치던 어머니의 걱정 소리는 오늘도 기차 소리 고즈넉하게 들려오는 정들어 버린 타향 버지니아에서도 귓가에 아련히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오늘 밤 추석 둥근달이 기울기 전 고향 어머니께 젓달라고 꼬리치는 강아지마냥 영상통화라도 걸어서 어리광 좀 부려봐야겠습니다. 어머니가 생각나는 그런 밤입니다. 고향이 그리워지는 스산한 날씨입니다.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는 그런 추석 명절의 뒤안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