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 고현권 목사
12년 반 만에 동부로 돌아와서 처음 겨울을 맞이하였습니다. 12월 9일에는 첫 눈이 내렸는데, 그것이 너무나 신기하여 휴대폰의 카메라 버튼을 눌러대면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는데 역시 크리스마스는 추워야 제 맛입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꽃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입니다. 캘리포니아에 살 때에 팜 트리 아래 반팔 옷을 입고서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로 시작되는 징글벨을 들을 때 마다 약간은 징글징글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죽 눈이 그리웠으면 인공 강설기를 설치하여 눈을 뿌리는 특별행사를 하겠습니까? 다 좋은데, 한가지만은 힘듭니다. 바로 추위입니다. 원래 저는 “베들레헴” 과에 속했습니다. . 예수님이 태어난 베들레헴을 말하느냐고요? 그게 아니고 배가 많이 나오고 기름기가 제법 낀 몸을 가진 사람들을 빗대어 말하는“배둘래햄=베들레헴”을 말합니다. 한때는 거의 200파운드에 육박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니 겨울에는 몸에 충만한 지방으로 인해 별로 추위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제법 많이 감량했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그렇게 추위를 느끼는 것입니다. 제 아내가 정곡을 찌르더군요. “몸무게가 줄어서가 아니고 당신이 오십을 넘겨서 그래.” 제가 젊었을 때에 오십을 넘긴 분들이 추위를 타는 것을 보고 이해가 안 되었는데 , 지금 제가 그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심정을 이제야 알겠더군요. 그래도 나이 오십 운운하는 것이 왜 그렇게 서럽든지요.^^
맥클린한인장로교회에 부임하여 정신 없이 2017년을 마감하는 시점에 와있습니다. 특별히 가을학기부터 시작된 성경공부에 올인 하고, 또 내년을 준비하는 연말당회로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순간적으로 놓치는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격려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꼭 소개해드려야 할 분들을 소개하는 것을 놓치고…하여간 요즘 들어 실수를 자주 하게 됩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금요일에 진짜 미안한 일이 있었습니다. 교회에 와서 오늘이 결혼기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난한 목회자의 아내가 되어 온갖 수고를 다 했는데, 그것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결혼기념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다 함께 저녁을 하지 못했습니다. 중/고등부 전도사님이 선을 보러 오셔서 제가 식사를 대접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못난 남편을 격려하는 아내가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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