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지난 월요일 점심때가 되면서 제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점심을 제대로 먹을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급히 라면 하나 끓여 먹고서 집을 나서서 덜레스 공항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바로 제 큰 딸 아영이가 캘리포니아에서 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함께 살 때는 그렇게도 싸우던 동생 녀석들도 이른 아침부터 대문짝만한 보드에 “Welcome Home, Ah-young!!”이라는 글씨에 갖가지 사랑스런 글귀와 그림을 넣어서 멋진 환영카드를 만들었습니다.
맥클린한인장로교회 청빙이 결정되면서 제 마음에는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함께 아픔이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남아서 공부하면서 독립하겠다는 큰 딸의 말이 한편으로서는 대견스러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아플 수 없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집을 떠나 독립하는 자녀들로 인해 부모들이 겪는다는 “빈둥지”(empty nest”)의 허전함을 저도 겪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철없이 그저 부모가 해주는 대로 생활했던 저 녀석이 과연 제대로 살아갈까?’ 그 염려와 걱정으로 인해 제 새벽기도의 마지막은 두고 온 큰 딸을 위한 울부짖음이 되곤 하였습니다. 부모와 떨어져 독립한 첫 학기 동안 큰 딸도 나름대로 힘들고 외로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전화 할 때마다 “아빠, II’m Ok!”하면서 도리어 엄마 아빠 걱정을 하는 녀석을 보면서 왠지 모를 대견함과 뿌듯함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잠시 후 저쪽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딸을 보는데, 심장이 왜 이렇게 떨리고 흥분되든지요! 몇 달 만에 처음 보는 얼굴을 보니, 아비 눈에는 왠지 살이 빠져 보였습니다. “너 어디 아픈 데는 없어?” 돌아오는 목소리가 발랄했습니다. “아빠, 너무 건강해!”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새벽기도를 가면서 큰 딸의 잠자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잠잠히 바라보기만 해도 기쁨이 넘쳤습니다. 그 순간 하늘에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심정도 이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스바냐 3장 17절로 만든 복음 송의 가사가 제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 전능자시라/ 그가 너로 인하여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로 잠잠히 사랑하시며/ 즐거이 부르며 기뻐 기뻐 하시리라.” 하나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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