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최근에 뉴욕에 있는 모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는 목사님의 설교내용이 소개된 것을 읽게 되었습니다. 뉴욕에 있는 그 교회는 작년에 불미스런 일로 담임목사님이 사임한 후에 후임 목사를 청빙하는데 두번 연속으로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 교회에서 설교하신 목사님은 1.5세로서 오랫동안 EM목회를 한 후에 KM 목회를 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십니다. 그리고 아주 힘든 교회에서 온갖 어려운 일을 다 겪었던 분입니다. 그 분의 설교 중에 이런 표현이 있더군요. “EM은 ‘Easy Ministry’(쉬운 목회)이고, KM은 ‘Killing Ministry’(죽이는 목회)이다.” 이분의 설명인즉슨, EM은 문제가 발생하면, 말없이 교회를 조용히 떠나는 반면, KM은 절대로 떠나지 않고 죽기살기로 싸운다는 것입니다.
이 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갑자기 돌아가신 제 부모님이 원망스러워졌습니다. 제가 어릴 때에 이민 왔더라면, 그래서 여기서 신학하고 목사안수를 받았다면 좀 더 ‘쉬운 목회’(EM)를 할 텐데, 한국에서 신학공부하고 목사안수 받은 뒤에 유학 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살벌한 목회’(KM)를 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 목사님의 이야기가 제 마음에 질문을 일으켰습니다. ‘정말 EM은 쉬운 목회일까? 반면 KM은 정말 죽이는 목회일까?’ 목회라는 말은 “목자가 양을 치는 것” shepherding)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목자가 양을 치는 자세에 대해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린다.”(요10:11) 적어도 주님이 요구하시는 목자의 자격은 양을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는데 까지 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목회 그 자체는 이미 ‘죽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쉬운 목회(Easy Ministry)는 있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12:24) 밀이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썩어야 되고, 죽어야 된다고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목회는 회중의 언어나 문화와 관계없이 본질적으로 ‘죽어야 하는 목회’(Killing Ministry)입니다. 속이 썩어 들어가는 일이 생길 때마다, 제 마음에 주님의 위로가 들리는 듯 합니다. “그게 목회야!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