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제가 베델한인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할 때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당시 2주마다 한번씩 제가 섬기는 공동체에 속해있던 시니어 아파트에 가서 연합 구역모임을 인도하였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가끔씩 오셔서 피아노 반주를 해주셨습니다. 알고 보았더니 이 분은 텍사스에서 성공회 신부님으로 사역하시다가 은퇴하신 목회자이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가 막 출간된 김수진 목사님의 『이자익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서 이야기하는데 이 분이 갑자기 우시는 것이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서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목사님, 이자익 목사님이 제 외할아버지이십니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자익 목사님은 한국장로교회 역사상 최초로 세번에 걸쳐 총회장에 당선된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이 명예스러운 대기록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조덕삼 장로님과의 인연입니다. 원래 이자익 목사님은 경남 남해 출신으로 조실부모하고 고아가 되어 떠돌다가 전북 김제의 지주인 조덕삼씨의 집에 머슴으로 들어가서 일했습니다. 얼마 후에 김제 지역에 미국의 남장로교회 파송 선교사인 테이트 선교사님이 오셔서 복음을 전했는데, 이때에 함께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고, 금산교회의 성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서 금산교회의 장로선거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주인인 조덕삼이 떨어지고, 머슴살이하던 이자익이 장로로 피택(皮擇)된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더 놀라운 일은 조덕삼이 자신의 머슴인 이자익을 깍듯하게 장로님으로 모신 것입니다. 그리고 수년 후 장로가 된 조덕삼은 이자익을 평양신학교에 입학시켜서 학업을 마치도록 성심껏 돕고, 목사 안수 받은 이자익을 금산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하여 신실하게 섬겼습니다. 이런 섬김과 헌신을 바탕으로 깊이를 더한 이자익 목사님은 한국장로교회를 위해 귀하게 쓰임받는 목사님이 되셨습니다.
저희 교회가 5월 6일 직분자 선출을 위한 임시 공동의회를 개최합니다. 요즘 제가 이 일을 앞두고 큰 부담을 가지고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교회들이 직분자 선출과정을 통해 여러가지 시험과 어려움을 겪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 마음에 이자익과 조덕삼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더 간절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흘러간 스토리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이야기가 되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