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1869-1948)는 인도의 독립운동가이자 정신적 지도자로 잘 알려진 분입니다. 간디 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물레질과 다른 하나는 비폭력 무저항운동입니다. 전자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자립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영국에서 수입된 비싼 면제품을 사지 않고 스스로 베를 짜서 입은 것입니다. 후자는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독립을 쟁취하되, 그 방법이 비폭력적이며, 온갖 핍박에 대해서 저항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간디의 무저항 비폭력 운동의 뿌리는 놀랍게도 예수님의 산상수훈입니다. 간디는 힌두교인이었지만 신약성경의 산상수훈을 읽고서 깊은 감명을 받은 뒤에 이것을 자신의 삶과 인도의 독립운동에 적용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런 간디를 서방 세계에 알리는데 공헌했던 분이 미국 볼티모어 출신의 감리교 선교사인 스탠리 존스(Stanley Jones 1884-1973) 목사입니다. 스탠리 존스는 인도에 선교사로 파송을 받아 사역하면서 인도의 정신적인 지도자들과 활발하게 교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간디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의 사상과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아서 간디에 대한 책을 저술하여 서방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스탠리 존스가 간디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성경의 원리를 파악하고 산상수훈에서 무저항 운동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산상수훈에 영향을 받았지만 그 속에서 그 분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분의 가르침인 사랑의 이론을 알면서도 사랑 자체이신 그분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성경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면서도 사람들에게 생명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성경의 원리는 말하면서 그 원리 너머에 계신 예수님을 말하지는 못했습니다. 성경은 삶의 원리를 가르치기 위한 도덕책이 아닙니다. 성경은 생명의 자리로 인도해주는 예수의 십자가라는 다리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당신이 끝내 그 분을 만나지 못한다면 당신은 실패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산상수훈을 단지 탁월한 윤리의 교과서 정도로만 이해한다면 예수님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이고, 그 속에 생명이 없다는 스탠리 존스의 호소가 산상수훈 강해를 시작하는 오늘 따라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