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제가 부목사로 섬겼던 베델한인교회는 “베델동산”이라는 영성사역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성도들이 영혼의 위로와 치유를 경험하고, 예수님을 믿지 않던 분들이 회개하고 주님을 영접하는 참 귀한 역사들이 일어납니다. 지금도 잊지 못할 한 분이 떠오릅니다. 친구의 권유로 참석했다는 60대 초반의 한 부인이 유독 제 눈에 다가왔습니다. 한편으로는 분노가, 다른 한편으로 어두움이 가득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목사님의 귀한 복음의 메시지와 기도, 그리고 돕는 손길들의 헌신적인 섬김을 통해서 점차 편안한 얼굴로 바뀌어 갔습니다. 마지막 날 통곡을 하면서 뜨겁게 주님을 만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부인이 입을 열어서 자신의 지난 삶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은 다른 교회의 성도로서 신앙생활을 했는데, 8년 전에 외동딸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맛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믿음 좋다는 한 권사님의 말이 그녀의 심장을 도려내고 말았습니다. “아니, 천국에 갔는데 왜 울고 난리야? 감사하고 찬송해야지!” 그 순간 그녀의 마음 속에 분노가 일어났습니다. “믿음이란 이름으로 감사와 찬양을 요구하는 것이 믿음이라면, 난 그런 믿음을 포기하겠어!”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교회에 가는 발걸음을 멈추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친구의 강권으로 마지못해 참석했는데 이런 은혜를 받을 줄 몰랐다면서 기뻐하였습니다.
한 영혼의 회복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믿음의 고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권사님의 기준으로 본다면 책망 받을 또 한 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사랑하는 오빠 나사로를 여윈 슬픔에 통곡하는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를 본 예수님의 모습을 요한복음 11장 35절은 간결하게 묘사합니다.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Jesus wept.) 슬퍼 우는 자매들을 믿음 없다고 책망하기는커녕 예수님이 함께 우시면서 그들의 슬픔에 동참하신 것입니다. 믿음의 최종적인 열매는 당연히 기쁨과 감사와 찬양입니다. 그러나 그런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품어주면서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는 동료 신자들의 손길을 통해서 때가 찼을 때에 그런 열매가 맺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