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단상

크리스마스 단상

고현권 목사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Christmas라는 말을 쓰는데,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당황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Christmas는 “Christ”와 “Mass”의 합성어입니다. Christ는 물론 “그리스도”입니다. 그럼 “Mass”는 무엇일까요? 천주교회에서는 이것을 “미사”라고 부릅니다만, 원래 “Mass”는우리 위해 살 찢기시고 피흘려 죽으심으로 우리의 죄값을 대신 지불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기억나게 하는 성만찬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란 무엇이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태어나셨다는 것을 담고 있는 말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로 보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고대 로마의 태양신의 탄생일에서 빌려온 것이기에 이 날을 성탄절로 지키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12월 25일을 태양신의 탄생일로 제정한 것은 274년 로마황제 루키우스 아우렐리아누스 때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탄생일을 12월 25일로 제일 먼저 주장한 사람은 교부 이레네우스(Irenaeus, 130–202)로, 최소한 70여년이 앞선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초대교회 교부들이 무슨 근거로 예수님의 탄생일을 12월 25일이라고 계산한 것일까요? 이들에 따르면, 세례요한의 아버지 사가랴는 아비야 반열의 제사장인데, 아비야 반열의 제사장들이 성전에서 봉사하는 시기가  10월 초 정도라는 것입니다. 그 직무를 끝내고 돌아온 후에 아이가 생겼으니, 대략 10월 하순 정도일 것이고, 예수님은 세례요한보다 여섯달 늦으니, 예수님이 마리아의 태중에 잉태된 것은 대략 3월 하순 정도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따라서 초대교회 교부들은 예수님의 탄생을 잠정적으로 12월 25일로 잡은 것입니다. 물론 이것 역시 추측에 불과할 뿐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적어도 성탄절의 기원이 로마의 태양신의 탄생일에서 빌려온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탄생하신 날 자체에 대한 주목보다, 그 분이 이땅에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이유, 즉 우리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목적에 시선을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