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지난 주간에 프랑스에서 전해온 뉴스가 제 심장을 내려앉게 만들었습니다. 중세 고딕식 건축양식의 대명사와도 같으며 종교를 뛰어넘어 모든 프랑스인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아온 노트르담 대성당(Notre-Dame de Paris)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지붕과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올랐던 첨탑이 불타 무너진 것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틀담의 곱추』 (1831)의 배경으로도 유명했던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소식을 듣고 충격과 혼돈 속에 눈물을 흘리는 프랑스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노트르담(Notre-Dame)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말은 영어로 하면 “Our Lady”인데,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이 말을 “모후”(母后)라는 말로 번역하더군요. 쉽게 말하자면 예수님의 육신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일컫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완전히 불타 무너진 지붕 사이로 하늘이 환히 드러나 보이는 노트르담 대성담의 사진을 보는 순간 제 마음에 한 장면이 오버랩 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미켈란젤로의 조각품인 “피에타”(Pieta, 1499)입니다. 피에타는 이태리어로 “슬픔, 비애”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아들 예수의 시신을 안고 있는 마리아의 마음을 이보다 찬란한 슬픔으로 묘사한 작품은 없지 않을까 할 정도의 명작입니다. 죽은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마리아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모든 것이 불 타서 뻥 뚫려버린 노트르담 대성당의 지붕과 같이 구멍 나고 새까맣게 탔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성경에 나오는 그녀의 호칭입니다. 성경은 그녀를 지극히 평범한 호칭 “예수의 모친” 곧 “예수 엄마”로만 묘사하였습니다. 그것도 사도행전 1:14절 이후에는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철저히 그녀를 가린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후대 사람들과 교회들이 그녀를 성모(聖母, Holy Mother), 모후(Our Lady), 신모(神母, Mother of God)라고 높였을 때에, 천상에서 그녀가 느꼈을 곤혹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높임 받을 분은 오직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