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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권 목사
지난 주일 주보 칼럼 난에 수필가이신 우병은 집사님의 가족 수양회 소회가 실렸습니다. 집사님의 눈으로 바라본 수양회의 그림이 아주 생동감 있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다른 주제로 이번 주보 칼럼 난을 채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 속에 이번 가족 수양회를 통해 받은 감동들을 저의 시각으로 한 번 더 풀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번 가족 수양회를 두고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작년에 열렸던 가족 수양회에 대한 성도님들의 반응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등록도 작년의 절반에 머물렀습니다. 수양회를 준비하며 돕는 손길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제 마음에 낙심이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도 반응이 별로이면, 앞으로 가족 수양회는 두 번 다시 할 수 없을 것인데…’
그런데 수양회 장소로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숲 속으로 난 길을 달리는 동안 제 마음의 무거움이 씻겨져 나감을 느꼈습니다. 모텔같이 아늑한 잠자리와 품위 있는 미국 식당에 온 것 같은 음식의 퀄리티가 저 밑바닥에 자리 앉았던 기대감을 다시 일으켜 주었습니다. 식사 후 저녁 집회 시간에 말씀을 전하는 저에게 부어주시는 성령님의 은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집회 후 내리는 비 줄기를 뚫고 영화관에 다들 모였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문화교실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안시성”이라는 영화 속으로 흠뻑 빠져들어갔습니다. 말씀을 통한 특별 은총과 문화를 통한 일반 은총의 조화가 가득한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오전에 함께 한 레크리에이션은 가족 수양회의 백미였습니다. 진행을 맡은 이행진 목사님에게 이런 은사가 있는 줄은 예전에 미쳐 몰랐습니다.^^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위로에 대한 감사와 함께 다시 한 번 제 마음에 “교회의 신비”라는 단어가 새겨졌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친히 하신다. 우리의 연약함이 도리어 그리스도의 강함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그 순간 수양회에 대해 염려하고 낙심했던 저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내년이 벌써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