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depression)
고현권 목사
저는 교회 안에서 정치 이야기가 거론되는 것을 피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설교 중에 정치 이야기를 거의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으로는 매일 조국과 세계 정세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균형감을 가지고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치 평론가 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휴가 중에 그 분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인터넷을 통해 그 소식을 접하고서 망연자실함에 빠져 한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분은 안수집사님으로 나름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신 분으로 알려졌기에 저의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일이 있기 몇 주 전에 따뜻한 연기로 사랑을 받던 한 여배우가 스스로 삶을 포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분도 크리스천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제 마음이 더 아플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 사람이 모두 크리스천이라는 말에 실망과 분노를 표현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어떻게 예수 믿는 사람이 자살할 수 있어?’ 그런 반응이 이해될 법 합니다. 생명은 하나님께 속한 것인데, 그것을 자신이 함부로 결정하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을 범하는 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두 분의 공통점이 뭐냐 하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렇게 비극적인 일로 연결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짧은 지면을 통해 우울증에 대해 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것은 한수웅 박사님과 같은 정신과 전문의들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목회적 관점에서 우울증도 일종의 병이고, 그런 병을 앓고 있는 분들에 대해서 배려와 이해와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만은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분들은 믿음의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접근합니다. 우울증의 근본원인이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믿음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니 판단과 치료는 전문의의 손에 맡겨야 합니다. 다만 저희가 해야 할 일은 그런 형편에 처한 분들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만나주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