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설교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담 중의 하나는 절기설교에 관한 것입니다. 각 절기와 관련된 주제로 설교를 전해야 하는데, 절기와 관련된 본문은 한정되어 있다보니, 매년마다 절기설교하는 부담이 이만 저만 아닙니다. 추수감사주일을 한달 앞두고 이번에는 어떤 본문을 가지고 설교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매년 추수감사주일에는 자녀들과 함께 연합예배로 드리기에 그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더더욱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기도회 설교를 위해 시편 136편을 묵상하던 중에 제 영혼이 한 구절에 완전히 사로잡히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것이 시편 136:16절의 말씀입니다. “그 백성을 인도하여 광야로 통과케 하신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약속된 것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가나안이었습니다. 가데스 바네아라는 곳에서 가나안 땅까지는 걸어서 열 하룻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이 그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까지는 몇 년이 걸렸지요? 그렇습니다. 40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40년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혹독한 연단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 원망 불평을 쏟아놓기 일쑤였습니다. 심지어 “하나님이 우리를 죽이시려고 애굽에서 인도하여 광야로 데리고 오신 것이다.”라는 말로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광야생활 40년 연단의 과정을 마친 후에 뒤를 돌아보고서 그들의 입술에 터져 나온 것은 “감사”였습니다. 광야를 통과하면서 받은 훈련이 없이 그냥 들어갔더라면, 그들은 가나안 땅의 타락한 문화에 휩싸여 그들의 정체성을 완전히 상실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고백한 것이 “광야를 통과케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제 마음에 큰 위로가 임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에게 있어서 광야는 더 이상 불평의 이유가 아니라 감사의 제목이 됩니다. 왜냐하면 광야는 우연히 찾아온 것이 아니고, 우리가 운이 없고 재수가 없어서 그런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선하신 하나님이 우리에게 유익과 복을 주시기 위해 허락하신 변장된 축복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광야를 믿음의 눈으로 재해석하고, 감사를 회복하는 추수감사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광야조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