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예배의 마지막 찬송을 기억하십니까? 찬송가 384장,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되시니”입니다.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작사하고 작곡한 찬양이기에, 종교개혁 기념 주일에 자주 불리는 찬송입니다. 중세 유럽을 천년간 지배해왔던 거대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부패와 타락에 맞서서 목숨의 위협 가운데서 종교개혁을 진행하였기에 이 찬송을 부를 때마다 그 당시의 루터의 심정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사제이면서 독일 비텐베르그 대학의 구약 교수였던 마틴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에 비텐베르그성 교회(Castle Church in Wittenberg)의 정문에 95개조항의 반박문을 게시하였습니다. 여기에는 그 당시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던 면죄부(免罪符)와 더불어 로마 가톨릭교회의 잘못된 가르침에 대하여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것을 기점으로 종교개혁의 불길이 온 유럽에 번져 나갔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주목하는 것은 루터가 종교개혁의 불길을 지핀 그 95개조항을 붙인 교회의 공식적인 이름과 그것을 게시한 날입니다. 위에서 제가 비텐베르그성 교회라고 말씀드렸는데, 정식 명칭은 비텐베르그 만성교회(All Saints’ Church in Wittenberg)입니다. 그리고 10월 31일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만성절(萬聖節, All saints’ Day) 전날입니다. 만성절이란 문자 그대로 “모든 성인들”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여기서 성인(聖人, saints)은 복음을 위해 순교하거나, 교회를 위해 특별한 업적을 남기고 헌신한 분들을 뜻합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이들이 세운 업적과 공로가 너무나 크기에 이들을 통해서 예수님께 나아가면 응답을 받을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비성경적인 주장입니다. 사도 바울이 문제 많은 고린도교회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들을 어떻게 부릅니까?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라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라고 부릅니다. 특별한 공로가 거리가 먼 너무나 부족하고 허물 많은 고린도교회 신자들을 향해 “성도”(聖徒, saint)라고 부릅니다. 그들을 “세인트”라고 부르는 유일한 근거는 그들이 “거룩하고 의로우신 그리스도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 때문에 의롭고 거룩하다고 여김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 은혜가 놀라워서 그 부르심에 합당하게 거룩함을 추구하는 “세인트”의 삶을 사시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