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우적 강남”: 고현권 목사

“수우적 강남”: 고현권 목사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서울의 “강남”을 뜻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것은 오해입니다. 이 말은 조선 영조 때의 문인 홍만종이라는 분이 쓴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글귀인데, 정확한 표현은 “隨友適江南”(수우적 강남)입니다. 여기 강남은 한강 이남이 아니라, 중국의 양쯔강 남쪽을 뜻합니다. 중국의 역대 패권 다툼은 주로 양쯔강 북쪽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니, 양쯔강 이남 곧 “강남”은 권력의 중심부에서 벗어난 오지였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오지인 강남으로 간다고 하니까 친구를 따라 자신도 기꺼이 함께 가겠다는 말입니다. 친구간의 깊은 우정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에게는 그런 친구가 있습니까?

사람은 누구를 만나며, 어떤 사람과 사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만큼 만남과 사귐이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잠언 22:24-25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노를 품는 자와 사귀지 말며 울분한 자와 동행하지 말지니, 그의 행위를 본받아 네 영혼을 올무에 빠뜨릴까 두려움이니라” 여기 “노를 품다”는 말은 “콧구멍에서 숨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뜻합니다. 화가 난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니까, 콧구멍으로 숨을 토해내면서 식식거립니다. “울분한 자”는 너무나 쉽게 열받고 엄청나게 분노를 폭발시키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런 사람을 친구로 사귀며 함께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자신도 친구의 행위를 본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 “본받는다”는 말의 의미가 참 흥미롭습니다. “익숙하다”(get accustomed)라는 뜻입니다. 친구의 잘못된 모습을 억지로 배울려고 노력한 적이 없는데도, 계속 옆에 있다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친구를 두고 있습니까? 그리고 여러분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친구이십니까? 디모데 후서 2:22절은 우리가 어떤 만남과 사귐을 추구해야 할지를 알려줍니다. “또한 너는 청년의 정욕을 피하고 주를 깨끗한 마음으로 부르는 자들과 함께 의와 믿음과 사랑과 화평을 따르라” 귀한 만남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릅니다. 올 한 해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의 삶 가운데 만남의 축복이 있기를 기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