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봉 집사님의 인도로 출석하게 된 유홍기(유희숙) 성도님이 미시간에서 오랫동안 이민생활을 하시다가 은퇴하고 이곳으로 이사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반가웠습니다. 이유인즉슨 제가 미국에 첫발을 내딛고 3년을 살면서 큰 딸을 얻은 곳이 미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면서 공부했던 그랜드 래피즈에는 고(故) 옥한흠 목사님이 칼빈신학교에 공부하러 오시면서 개척된 그랜드 래피즈 한인교회가 있습니다. 그 교회를 섬기면서 장로님으로 들은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옥목사님이 떠나시고 얼마 후에 다른 목사님이 유학을 오셔서 목회를 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느 주일날 오후에 목사님과 함께 심방을 갔다가 허기가 져서 근처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목사님이 단호하게 말씀하시더랍니다. “장로님, 주일에는 돈을 쓰면 안됩니다. 제5계명 위반입니다.” 이때 장로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목사님,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크레딧 카드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결제는 내일되니까 괜찮은 것 같은데요?” 그러자 목사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식당에 들어가서 맛있게 식사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웃다가 어느 순간에 마음이 답답해짐을 느꼈습니다. “도대체 주일 성수의 목적이 무엇인가? 그저 돈 안 쓰고 아무 일하지 않으면 안식일을 잘 지킨 것인가?”
로마서 14장에 보면 음식문제와 더불어 로마교회에 일어난 또 하나의 갈등거리가 날을 지키는 문제였습니다. 이에 바울이 잘 정리해줍니다. “혹은 이 날을 저 날보다 낫게 여기고 혹은 모든 날을 같게 여기나니 각각 자기 마음에 확정할찌니라”(롬14:5) 유대인 출신 성도들은 안식일을 제일 중요한 날로 여겼습니다. 그러면 일하지 않고 쉬면서 안식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로마본토 출신 성도들은 모든 날이 다 똑 같은 가치를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바울은 그들의 생각 또한 존중하였습니다. 바울은 “각각 자기 마음에 확정한대로 하라”고 권면합니다. 왜냐하면 음식문제, 날을 지키는 문제는 구원과 관련되지 않는 “비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비본질적인 문제라면 서로 간에 각자의 생각과 결정을 상호 존중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강요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지 마십시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