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에 이곳에 왔을 때에 저의 벗 중의 하나는 AM 라디오 ‘1310 기쁜 소리 방송’이었습니다.
물론 음질이나 방송의 수준에 있어서는 자칭 타칭 대한민국 나성구(羅城區)라고 불리는 LA와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교회를 오갈
때나 심방하고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틀어 이 지역의 목사님들의 설교나 지역소식을 듣곤 했
습니다. 그러다가 이것이 팔리면서 어느 순간부터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몇 주전에
차를 타고 가면서 우연히 한인 라디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연속으로 날씨가 흐리고 비
가 반복적으로 오던 날의 오전 시간이었는데 진행자의 멘트가 제 귀에 꽂혔습니다. 그 분은 아
주 명랑하고 쾌활한 목소리로 요즘 계속 내리는 비와 흐린 날씨에 대해 소회를 이렇게 밝혔습
니다. “여러분, 요즘 연일 날씨가 좋지 않지요? 그렇지만 힘을 내시고 멋진 하루를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대략 이런 멘트였습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제 마음 속에 이런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비가 오고 흐린 날씨가 좋지 않은
날씨인가? 누구의 기준이지?” 저희 교회에 건축을 하시는 분이 두 분 계십니다. 또 소매품 판매
를 위해 자동차로 장거리 운전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리고 날씨에 따라 매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받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오늘 주보 광고에 나간 대로 6월 18일에 교회 기금 마련을
위한 골프대회가 열리는데, 만일 그 날에 비가 온다면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기에 나쁜 날이 될
것입니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날은 모두가 다
“좋은 날”입니다. 365일 다 햇빛이 쨍쨍한 날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적절하게 비와 바람과
흐린 날씨와 눈발이 날리는 날씨를 통해서 하나님은 이 세상에 적절한 질서와 조화를 이루어
가시는 것입니다. 수년 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누렸던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저는
보지 못했지만, 거기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대사만큼은 기억합니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
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주님이 주시고 함께
하시는 모든 날은 주 안에서 좋은 날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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