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요즘과 같은 보일러 시설이 없던 어린 시절에 집집마다 군불을 지펴서 추운 겨울 밤을 따뜻하게 보내었습니다. 가마솥에 물이 끓으면 바가지로 퍼서 양은 대야에 담고 세수하고 발을 씻었습니다. 어린 눈에 비친 제 어머니의 발바닥이 너무나 흉해 보였습니다. 마치 거북이 등처럼 발바닥이 갈라진 것입니다. 어머니가 늘상 하던 일은 뜨거운 물에 발을 불린 뒤에 시멘트 조각으로 문지르고 바세린 비슷한 것을 바르는 것이었습니다. 어떨 때에는 너무 깊이 갈라져서 걷기 조차 힘들어 하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유전인가 봅니다. 30대 후반이 되면서부터 저에게도 겨울이면 똑 같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각질이 심하게 생기고 갈라져서 쓰라림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해진 것입니다. 매년 겨울마다 이것 때문에 늘 고통을 당하였습니다.
이번 겨울에 접어 들면서 어머니가 하시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매일 새벽에 새벽기도 가기 전에 일어나 샤워를 한 뒤에 발 뒷꿈치에 바세린 크림을 발라주고 양말을 신는 것이 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겨울에는 단 한번도 발 뒷꿈치가 갈라져 고통을 당하는 일이 없어졌고, 제법 매끄러운 발바닥을 유지하게 된 것입니다. 솔직이 말하면, 매일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발바닥에 바세린을 바르는 것이 귀찮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넘어갈까 하는 유혹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을 그냥 넘기면 어느 순간에 각질이 두터워지고 고통이 살살 올라옴을 감지하기에, 귀찮음을 뒤로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바릅니다. 요즘에 매일 발바닥을 문지르면서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해 보이는 “매일”의 반복된 것들이 실은 얼마나 위대하고 놀라운 것인지를 느낍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치시면서 하신 말씀이 “일용할 양식”(daily bread)을 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왜 날마다 이것을 구하라고 하셨을까 생각하다가 단 하루도 하나님의 공급하시는 은혜 없이는 살 수 없는 인생임을 언제나 자각하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상성”(日常性)의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는 것만큼 큰 복은 없다고 공감하는 요즘입니다. 말씀도 기도도 매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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