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지난 2월 9일 우리 조국 평창에서 개막된 제23회 동계 올림픽이 오늘(25일)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북한의 핵 문제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는 바람에 한동안 다른 나라들의 올림픽 참가여부가 불투명한 때도 있었지만, 그 어려움을 잘 넘기고 열려서 수많은 명승부와 감동을 연출하였습니다. 집에 TV도 없거니와 경기를 지켜볼 시간적 여유도 없기에 주로 인터넷에 올라온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통해 평창 동계 올림픽의 감동을 맛보았습니다.
특별히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여자 빙상 500m 경기였습니다. 이 종목은 한국의 이상화 선수가 2010년 캐나다 벤쿠버 대회와 2014년 러시아 소치 대회에서 두 번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에, 이 번에 우승하면 올림픽 3연패라는 금자탑을 쌓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상화 선수 본인도 아예 다른 종목들은 포기하고 500m에만 올인 하였던 것입니다. 우승을 다투던 상대는 일본의 고이다라 나오(小平奈緒) 선수였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 고이다라 선수는 이상화 선수의 상대가 되지 못할 정도였지만, 지난 수년간 급성장하여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이상화 선수의 가장 강력한 우승 경쟁자로 꼽혔습니다.
경기 결과는 고이다라의 우승이었습니다. 결승점을 두 번째로 통과한 이상화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올림픽 3연패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눈 앞에서 놓친 아쉬움, 자기와의 싸움에서 졌다는 생각, 더군다나 한일전 구도에서 우승을 놓쳐서 응원해준 국민들을 실망시켰다는 죄송함 등이 교차되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그 순간 이상화 선수의 어깨를 토닥이는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고다이라 선수였습니다. 그리고는 이상화 선수를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얼마든지 일장기를 흔들면서 우승 세레모니를 펼칠 수 있었지만 기꺼이 포기하고 손에 태극기를 들고 이상화 선수를 위로해준 것이었습니다. 두 선수가 함께 손을 잡고 빙상장을 돌면서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모습에 성경구절이 떠올랐습니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133:1)
고이다라 선수가 예수님을 믿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웬지 그녀에게서 주님의 따뜻한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고이다라, 저와 같은 성씨입니다. 혹시 제주도에서 일본에 건너간 우리 집안의 후예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