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제가 맥클린한인장로교회에 부임한지 정확히 1주년이 되는 의미 깊은 주일입니다. 작년 4월 9일에 부임설교를 하면서 “위로와 격려의 공동체, 훈련과 양육의 공동체”를 지향하며 목회를 하겠다는 저의 포부를 담아 전했습니다. 물론, 아직 “마이~멀지만” 그래도 그 뱡향을 향하여 한걸음 두걸음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더욱 감사한 것은 저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당회와 성도 여러분들이 잘 참아주시고 동참해주신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맥클린한인장로교회 담임목사로 청빙이 확정되었을 때에, 저의 제2의 고향과도 같은 동부에서 다시 살면서 목회한다는 설레임과 더불어 또 하나의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워싱턴 DC 벚꽃입니다. 제가 필라델피아에서 유학하는 동안 많은 동료 유학생들이 DC 벚꽃 구경을 다녀왔는데, 이상하게도 저의 가정은 그때마다 여러가지 사정이 생겨서 한번도 구경하지 못한 채 서부로 떠났던 것입니다. 작년에 제가 부임했을 때에는 이미 벚꽃이 많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부임 다음날부터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를 인도하느라 아예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올 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지난 수요일 점심식사를 대충 빨리 하고 이행진 목사님과 함께 DC를 차로 한 바퀴 돌고 왔습니다. 포토맥 강변으로 진입하는 순간 분홍빛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벚꽃들로 인해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창문을 열고 연신 셀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교회로 곧장 돌아와서 아내와 한국에 계신 장모님께, 그리고 서부에서 목회하는 동료들에게 찍은 사진을 보내드렸습니다. 다들 얼마나 감탄하고, DC인근에 사는 저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몰랐습니다.
벚꽃의 아름다움이 오후 내내 제 눈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 입안에서 웅얼거렸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저는 이 시를 대할 때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해 꽃으로 피어난 저 자신을 떠올리고 감격합니다. 월요일에는 아내와 함께 제대로 가서 보고 싶은데, 비가 온다고 합니다. 어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