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기침 소리
고현권 목사
직장생활이나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목회자들에게는 월요일이 그렇게 소중하게 기 다려질 수가 없습니다. 한주간의 격무를 치르고 맛보는 달콤한 안식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성도 님들은 목회자가 제대로 쉴 수 있도록 정말 긴급한 일이 아니면 전화를 걸지 않을 정도로 배려를 해주십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오전에 제 휴대전화에 입력 되지 않은 전화번호가 떠올랐습니다. 받지 말까 하다가 느낌 이 이상하여 전화를 받았습니다. 영어로 말하는 한 여성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왔습니다. 자신을 소개 하기를 ‘June Kim’ 의 딸이라고 했습니다. June Kim? 혹시 노윤정 권사님이 아니냐 했더니 그렇다고 했습니 다. 딸의 떨림을 통해 이미 직감했습니다. ‘노권사님이 소천하셨구나!’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그리고 즉시 김형택 집사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전화 드리 고 제 아내와 함 께 즉시 집사님 댁으로 달려갔습니다. 애써 태연하게 맞아주시던 집사님의 얼굴이 점점 떨리더니 눈물과 콧 물을 쏟아내셨습니다. 아내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좀 더 잘 해주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홀로됨의 서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지난 49년간의 결혼의 여정 을 풀어내셨습니다. 그리고 권사님이 소천(召天)하시기 전날에 병원에 가서 권사님과 나눈 대 화 한 토막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권사님이 그러더랍니다. 자신의 기침소리에 그 동안 잠을 편 히 못 잤을 것인데, 요즘 자신이 입원해 있으니 잠자는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집사님이 대 답하셨답니다. “얼마든지 기침해도 좋으니 그런 생각 말고 빨리 낫기만 해.” 집사님이 제게 울먹이며 말씀하 셨습니다. “목사님, 그 기침소리가 그렇게 그리울 수 없어요…”
목요일 오전에 딸 제니퍼가 교회에 찾아와서 저를 만났습니다. 권사님이 돌아가시기 전날에 딸에게 유언처 럼 자신의 장례를 이렇게 해달라고 조목조목 말씀 하시더랍니다. “조가는 플룻 부는 고경화 집사한테 부탁 해라. 조사는 너희 남매와 위성옥 권사와 내 숙명 동창이 맡도록 해라. 천국환송예배 마지막 찬송은 찬524 장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로 해라. 그리고 예배 후 에 성도들 식사 대접해라.” 마지막 남은 소원이 있다면서 말씀 하시더랍니다. “어서 천국에 가서 6.25때에 예배 드리고 오던 길에 폭격을 맞아 먼저 가신 어머니를 꼭 보고 싶다. 너무 너무…” 그 소원을 이루게 되셨습니다. 단아한 키에 기품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셨던 노윤정 권사님이 그립기만 합니다. 창밖에는 비가 섞인 눈이 속절없이 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