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맞이하면서
고현권 목사
저는 ‘가능한한’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는 결심을 그런대로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가능한한’이라는 단서를 달았기에, 몇 년에 한두 편 정도는 보기도 합니다. 제가 드라마를 절제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일단 드라마를 볼 시간적인 여유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돌아서면 밀려오는 설교와 성경공부 준비 때문에 그런 호사를 누릴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둘째는, 드라마의 중독성 때문입니다. 얼마나 드라마를 잘 만드는지, 일단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하여 계속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만듭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리고 가능한한, 보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뭘 주로 보는지 알 필요가 있기에,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의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줄거리를 살피는 형편입니다. 최근에 “해치”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제목이 특이하여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해치(獬廌)는 해태(獬豸)와 같은 의미라고 합니다. 예전에 경복궁에 가보신 분들은 보셨을 것입니다. 이상하게 생긴 짐승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해태상입니다. 원래 해태 혹은 해치의 이마에는 유니콘 처럼 뿔이 하나 돋아있다고 합니다. 물론 경복궁에 설치된 해태상에는 뿔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해태는 원래 중국 황제의 것이기 때문에, 속국인 조선의 경우는 뿔을 넣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해태의 이마에 난 뿔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전설에 따르면, 해태는 사람들이 서로 싸울 때에 나쁜 사람을 그 뿔로 들이받아서 선악을 심판하였다고 합니다. 이것 때문에 오늘날의 검찰에 해당되는 조선시대 사헌부 관복의 흉배에 해태를 수놓았다고 합니다.
제가 이 전설상의 동물인 해태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오늘날 세상의 곳곳에서 법이 왜곡되고, 정의가 잘 드러나지 않음에 대한 답답함의 발로입니다. 불의가 징그러운 웃음을 터뜨리며, 의로움을 비웃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때로는 낙심이 됩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전설상의 동물인 해태가 아닌, 여전히 실존하시는 하나님이 반드시 선악간에 심판하실 그 날이 있음을 말입니다. 그러기에 두렵고 떨림으로 다시 믿음의 옷깃을 여미고 질곡(桎梏)의 5월을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