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고현권 목사
저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매년마다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있는데, 바로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입니다. 문자 그대로 전체 유럽 프로 축구팀의 챔피언을 가리는 것입니다. 올해는 흥미롭게도 영국 프리미어 리그 두 팀이 결승전에 진출하였는데, 한 팀은 리버풀이고, 다른 한 팀은 한국이 자랑하는 손흥민 선수가 주전으로 뛰는 토트넘입니다. 두 팀의 결승전 진출은 한마디로 드라마 그 자체였습니다. 리버풀은 세계 최강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첫 번째 경기에서 3-0으로 대패하였습니다. 모두들 리버풀의 결승전 진출은 힘들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였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경기에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리버풀이 4-0으로 이긴 것입니다. 토트넘의 결승전 진출은 좀 더 드라마틱합니다. 첫 번째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아약스에게 1-0으로 패하였습니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후반 중반까지 2-0으로 지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믿기지 않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토트넘의 루카스 모우라가 연속으로 세 골을 넣으면서 극적으로 결승전에 진출한 것입니다.
그 다음 날 모든 언론들은 브라질 출신의 루카스 모우라에 대해 극찬하는데 지면을 할애하였습니다. 그의 성실성과 근면함, 그리고 불굴의 투지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다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물론 그도 루카스 모우라에 대해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은 이 경기의 최고의 수훈갑으로 골키퍼인 요리스를 꼽았습니다. 처음 이 부분을 읽을 때에 제 마음이 얼른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두 경기 도합 세 골씩이나 먹고 위축되었던 골키퍼를 위로하려고 하는 일종의 립서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좀 더 기사를 읽으면서 포체티노 감독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연속으로 골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후방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경기를 이끌었기에 승리한 것입니다.
포체티노 감독의 평가 속에 예수님의 모습이 아른거림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제일 뒤에서 묵묵히 섬기며 다른 이들을 사랑과 격려로 다독이는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예수님의 눈에는 하늘나라의 최고의 수훈갑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