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고현권 목사
제가 부임하고 처음으로 권사회 주관으로 바자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자못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바자회 날짜가 다가올 수록 마음에 불안감이 점점 증폭되어 갔습니다. 성도님들이 가져온 물건들의 양이 늘지를 않았고, 중고용품 정리 및 판매할 반찬과 음식을 만들 손길들도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바자회가 열리는 당일인 5월 18일의 일기예보마저 제 몸의 힘을 빼는데 일조하였습니다. “구름 가운데 비.” 답답한 심정으로 수요예배시간에 주님의 긍휼과 자비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금요일이 되자, 분위기가 서서히 역전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한 분씩, 두 분씩 모이더니, 부엌에 섬기는 손길들이 가득하였습니다. 그리고 도네이션한 물건을 정리하는 곳에 가보았더니, 어느 사이에 중예배실이 물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토요 새벽에 눈을 떠서 제일 먼저 일기예보를 확인해보았더니, 감사하게도 구름 낀 날씨로 바뀐 것입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에 다 함께 달려들어 텐트를 치고, 판매할 물품과 음식들을 진열하기 시작했습니다. 다 마치고 보니 근사한 장터가 된 것입니다. 권사님들이 굽는 빈대떡이 두 시간 만에 동이 나고, 연이어 김밥과 어묵, 그리고 불고기 덮밥이 “sold out” 되었습니다. 중고용품을 팔면서 어린아이처럼 행복해 하던 젊은 집사님들의 웃음이 아름다웠습니다. 남은 의류는 모두 차에 실어 굿스푼 선교회에 기증하는 것으로 바자회의 대장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주중에 권사회장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현금 도네이션을 포함한 순수익이 4,915불이나 되었습니다!
바자회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제 마음 깊숙히 파고든 단어가 “교회의 신비”입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지나고 보면 결과가 형편없는 경우가 허다한 반면, 이래서는 아무 것도 될 수 없다고 실망하고 낙심하였는데, 그것을 뒤집는 반전과 채움이 일어나는 것을 셀 수 없이 경험합니다.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교회 일은 사람이 하는 것도 아니요, 돈으로 하는 것도 아니라, 하나님이 친히 하신다!” 우리가 약할수록 주님의 강하심이 더 드러나는 신비(神秘)를 사모합니다! 바자회? 내년에 또 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