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오늘 저는 “성화”(聖化, sanctification)라는 다소 무겁고 딱딱한 주제를 다룹니다. 벌써 딱딱하고 졸리는 느낌이 들지요! 이번에 부흥성회의 강사로 오셔서 귀한 말씀으로 큰 은혜와 강한 도전을 주신 김태권 목사님이 설교 중에 간간이 영화 이야기를 통해 쉽게 설명하셨는데, 저도 이 무겁게 보이는 주제를 영화로 한 번 풀어보려고 합니다. 2001년도에 개봉된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입니다. 벌써 제목에서 불교적인 이미지가 풍깁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조직에 의해 쫓기던 조직 폭력배 일당이 절에 숨어 들어갑니다. 그들의 형편을 딱하게 여긴 주지 스님이 그들을 받아줍니다. (참고로 어떤 2세 학생이 ‘주지 스님’이 뭐냐고 물어서 “a kind of senior pastor”라고 답해주었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거칠게 살아온 조폭들이 고요한 사찰 생활을 해야 하니 죽을 맛이지요. 그래서 일마다 문제를 일으킵니다. 어느 날 주지 스님이 그들을 불러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이 독에 다 물을 가득 채워라!” 그런데 그들이 받은 독은 밑바닥이 깨어져 있었습니다.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있는데, 아무리 해도 소용없는 일을 가리키는 뜻이지요. 아무리 궁리를 해도 불가능하기에 조폭들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두목의 머릿 속에 한 줄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깨진 독을 절간의 연못에 던져 넣는 것이었습니다.
99 이 영화가 대박이 나자, 불교계에서 흥분했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불교의 이미지가 좋아지게 되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를 보면서 더 감동과 은혜(?)를 받은 것은 목사인 저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만큼 복음을 잘 설명해주는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그 어떤 수행이나 노력으로도 깨어진 우리 영혼을 채울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직 우리의 깨어진 영혼은 내가 아닌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 채워지는 것입니다. 심지어 깨어진 독을 연못에 던져 물을 채우는 것 조차도, 깨어진 독 스스로가 연못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그 누가 그것을 들어 던짐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룩한 삶, 곧 성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뭔가 거룩한 삶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늘 잠기는 것, 그것이 성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눈으로 꼭 한 번 이 영화를 보기를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