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지난 한 주간 휴식을 가지는 동안 자꾸만 제 귓전에 전화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작년 이 맘때에 제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때문인 것 같습니다. 작년 10월 24일, 수요예배 설교를 마무리하고 원고를 점검하고 있던 오후 4시에 전화기 너머 최진이 집사님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임경서 장로님이 심장마비로 소천하였다는 믿기지 않는 소리와 함께…. 문자 그대로 청천벽력(晴天霹靂)이었습니다. 제 영혼이 송두리째 흔들림을 느꼈습니다. 이행진 목사님께 수요예배를 부탁하고 반은 실성한 사람처럼 정신없이 메릴랜드를 향해 차를 몰고 올라갔습니다. 최집사님을 붙잡고 같이 울며 위로한 후에 내려오는 내내 하나님께 따졌습니다. “하나님, 왜 하필 그입니까? 그처럼 신실한 종이 어디 있습니까? 도대체 왜? 왜?”
그로부터 6일후 아들 장례를 준비하던 부친 임재호 장로님마저 쓰러져 소천 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을 함께 놓고 예배를 인도하는데, 어찌나 기가 막히든지요! 아들 준이를 위해 눈물을 참고 남편의 손떼 묻은 비즈니스 현장으로 날마다 달려가는 최집사님이 얼마나 안스럽던지요! 그리고 그 서러움을 매 주일 예배당 뒷자리에 앉아서 눈물로 쏟아내던 최집사님의 눈망울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최집사님의 친정 아버지이신 최규식 성도님이 힘들어 하는 딸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고통스러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상한 심령을 만지시는 하나님의 위로의 손길로 인해 최집사님과 준이의 마음이 점차 치유되어 갔고, 밝은 미소를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경영하기에 벅찼던 가게도 잘 정리가 되었고, 집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안정된 직장도 얻게 되었습니다. 너무 먼 거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까운 교회로 옮기는 아픔이 있었지만, 우리 교회에 대한 사랑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습니다. 주일 오후에 저희 부부가 가서 유가족들과 함께 1주기 예배를 드릴 계획입니다. 아직도 임장로님의 주일예배 대표기도 문구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오직 아버지께 나가는 그 이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이 한미디에 그의 믿음의 진실됨이 다 드러납니다. 비록 마흔 한살에 부름을 받았지만, 모세같은 믿음의 사람이었던 임장로님! 많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