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권 목사
중국 허베이성(湖北省)의 중심도시인 우한(武漢)은 양쯔강(揚子江)과 한수이강(漢江)이 합쳐지는 곳에 위치하였기에 고대로부터 중국의 교통의 요지로 각광을 받았던 곳이었고, 현재에도 모든 철로와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중국 교통의 거점 도시입니다. 그런데 우한이 요즘 온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명 우한 폐렴으로 불리기도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덮어쓰게 되었고, 이것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우한의 모든 교통망을 강제로 마비시키는 바람에 죽음의 공포가 진동하는 도시가 되어 버렸습니다.
2015년 한국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바 있기에, 코로나 바이러스 소식에 정부가 나름대로 발빠르게 대처했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아직까지 한국에 크게 확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제까지 11명이 양성 반응을 보여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감염 경로였습니다. 우한에서 돌아온 감염자가 지인을 만나서 서로 마주보면서 식사하고 헤어졌는데, 이로 인해 그 지인이 감염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설날에 그 지인의 집에 딸과 사위가 방문하고 돌아갔는데, 그 부부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무서운 전염력을 보면서 갑자기 제 마음에 한 성경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보니 이 사람은 염병이라 천하에 퍼진 유대인을 다 소요케 하는 자요 나사렛 이단의 괴수라”(행24:5) 이 말씀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대제사장 아나니아와 함께 온 변호사 더둘로라는자가 로마 총독 벨릭스 앞에서 바울을 가리켜서 “이 사람은 염병”(this man is a pest)이라고 맹비난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바울이 가는 곳마다 예수의 복음을 전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주와 구주로 믿고,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들로 바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 천하를 어지럽게 만드는 염병”이라고 비아냥거린 것입니다. 표현이 조금 과격해서 그렇지, 그의 지적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세상 가운데서 예수의 복음을 전하고, 복음에 합당한 삶을 통해 세상에 예수를 퍼뜨리는 염병이 맞기때문입니다. 물론 우리가 퍼뜨린 염병(pest)은 세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이기에 감히 “거룩한 전염”(holy contagion)이라고 불려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