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로 맛소라(Masorah)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전승”(傳承, tradition)입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귀한 교훈이나 가르침을 후대에 이어 전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특별히 구약성경을 일일이 필사하여 후대에게 전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을 맛소라 학자들(Masoretes)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6-10세기 어간에 팔레스틴 지역에서 주로 성경 필사작업을 했는데, 이들이 남긴 구약성경 필사본은 거의 오류가 없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종이가 아직 없던
시절에 이들은 얇게 무두질한 양피지에 정성을 다해 한 글자 한 글자를 필사했는데, 이들이 지킨 몇가지 원칙을 소개합니다.
“필사는 절대로 기억에 의존해서는 안되기에, 필사하는 모든 단어를 큰 소리로 말하면서 기록해야 한다. 본문에서 여호와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그 단어를 기록하기 전에는 펜을 물에 씻고 온 몸을 씻어야 한다. 완성된 필사본은 30일 이내에 검토 작업을 해야 하며, 만약 세 페이지에서 고칠 것이 나오면 그필사본 전체를 파기하고 다시 작업해야 한다.”
지난 주일에 저는 4월 13일(월)부터 4월말까지 로마서를 하루에 한 장씩 필사할 것을 성도님들께 제안하였습니다. 사실 저도 성경 필사에 대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마음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주로 집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성도님들과 함께 필사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고난주간을 보내면서 가지게 되었습니다. 막상 월요일 오후에 로마서 1장을 필사하려고 하니, 그렇게 녹녹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요즘 모든 문서를 컴퓨터를 통해 타이핑하고 프린트를 하다보니 손으로 글씨를 오랫동안 쓴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 절 한 절 로마서를 정성스럽게 써내려가는 가운데 마음에 평안이 임하고 단어 하나 하나가 제 마음에 깊숙이 다가옴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녁에 식사를 마치고 나서 저도 모르게 다시 책상에 앉았고 로마서 2장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볼펜을 잡고 글씨를 일일이 썼기에 나중에는 손목이 뻐근함을 느꼈지만, 그 이상의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일단 로마서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주님이 감동을 주시면 바울 서신을 하나 하나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하지 않으셨다면, 오늘부터 해보시길 강력하게 권해드립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