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終末) 혹은 말세(末世)라는 단어가 여러분에게 어떻게 다가옵니까? 아마도 “하나님의 심판”과 그로 인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끝나고 사라지는 것”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이 대단히 음산하지요? 더군다나 시한부 종말론자들의 거듭되는 주장과 거듭되는 종말의 무산으로 인해 종말론하면 광신자들의 전유물이거나, 여기 잘못 관심을 가졌다가는 나도 저렇게 되겠다는 두려움 때문에 여러분의 관심 밖에 벗어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종말이나 말세에 대한 이런 이미지는 성경이 말하는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자 이제 저와 함께 성경이 말하는 종말의 의미로 떠나볼까요?
우선, 성경에 나오는 종말 혹은 말세라는 말의 원어적인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종말을 뜻하는 헬라어 단어는 τέλος(텔로스)입니다. 이 “텔로스”라는 단어는 일차적으로 “끝”(end)을 의미합니다. 여러분, 영화가 끝나면, 뭐가 나오지요? 그렇습니다. “the end”가 나옵니다. 바로 그 끝을 뜻하는 것이 “텔로스” 즉 종말입니다. 그런데, “텔로스”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목적의 실현과 완성”을 뜻합니다. 사실 이 의미는 “텔로스”의 첫 번째 의미인 “끝”과 연결됩니다. 헬라어 사전에 보면, “텔로스”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떤 목적이나 뜻한 바가 실현되었다는 의미에서 끝이라는 뜻이다.” 이제 연결되지요? 다시 정리해볼까요? 왜 “끝”이라는 거지요? 그것은 뜻한 바나 목적한 바가 실현되고 성취되었기에, “끝”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종말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그것은 옛 질서를 끝내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며, 불의한 세상을 심판으로 종식(終熄)시키고, 하나님의 선하시고, 의로우시고, 거룩하신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상을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 졸업입니다. 졸업의 영어 단어는 “commencement”입니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가 참 흥미롭습니다. “졸업” 그리고 “시작”이라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졸업(卒業)이란 것은 학업을 끝마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다음 단계의 공부나 사회생활의 시작으로 연결됩니다. 성경이 말하는 종말은 끝만이 아니라 완성이요, 옛 질서 옛 세상의 종결만이 아니라 새 질서 새 세상의 시작이요, 절망과 두려움만이 아니라 소망과 기쁨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도에게 있어서 종말은 두려움이 아닌, 소망과 기쁨의 원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