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 이상, 묵시”: 고현권 목사

“계시, 이상, 묵시”: 고현권 목사

요즘 주일마다 스가랴서를 가지고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스가랴서 6장까지는 “일야팔상”(一夜八象, the eight night visions), 즉 하룻밤에 스가랴가 본 여덟개의 이상(異像)을 다루고 있습니다. 낙심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위로와 격려, 회복에 대한 소망을 주기 위해 하나님이 사용하신 방편이 바로 이상(異像)입니다. 이것을 영어로 표현한 것이 “vision”입니다. 요즘 비전이라는 영어 단어는 주로 미래에 대한 원대한 꿈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뜻하는 것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합니다. 이런 꿈과 상상력을 품고 긍정적이면서 적극적으로 사고하면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을 “비전 메이커”(vision maker) 혹은 “비저너리”(visionary)라고 부릅니다. 반면에 미래에 대한 어떤 꿈도 소망도 없이 현실을 탓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비전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어떤 목사님은 하나님의 사람은 모두 다 “비전의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성경에 나오는 비전이라는 말도 이런 의미로 사용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영어 단어 “vision”은 원래 “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안경점을 표기할때에 많이 쓰이는 표현이 “vision center”입니다. “잘 보게 만들어주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비전은 하나님이 당신의 뜻을 밝히 드러내기 위해 어떤 장면들이나 사건들을 보여주는 계시의 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장면이나 사건이 우리의 일상에서 접하지 못한 기이한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이상”(異像), 곧 “기이한 형상 혹은 모양”이라고 번역한 것입니다. 그리고 직접 말로 하지 않고 은근히 하나님의 뜻을 독특한 모습이나 사건으로 보여주시기에 이것을 “잠잠할 묵(默), 보일 시(示)”를 써서 묵시(默示)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상 혹은 묵시의 형태로 하나님의 뜻을 드러낸 대표적인 성경책이 다니엘, 스가랴, 요한계시록입니다. 그리고 모든 이상과 묵시의 공통점은 고난당하는 하나님의 백성에 대한 소망과 격려입니다. 그리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믿음으로 인내하라는 강력한 도전을 담고 있습니다. 성경을 통해 당신의 뜻을 밝히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을 등불 삼아 이 어두운 시대를 넉넉하게 승리하면서 걸어가는 21세기의 필그림(pilgrims)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