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명분” : 고현권 목사

“장자의 명분” : 고현권 목사

어느 날 에서가 들에 사냥을 갔다가 돌아왔는데,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야곱이 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에서가 야곱에게 간청했습니다. “내가 곤비하니 그 붉은 것을 나로 먹게 하라.”(창세기25:30) 이 장면을 보면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은 “팥죽”입니다. 그런데 여기 사용된 히브리어 단어를 정확하게 번역하면, “팥죽”(red bean stew)이 아니라, “렌틸콩죽”(lentil stew)입니다. 자신에게 먹을 것을 달라는 에서에게 야곱이 내민 조건이 무엇입니까? 야곱은 형의 장자의 명분을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요구합니다.

장자의 명분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맏아들로서 가지는 권리입니다. 히브리서12:16절에서는 이것의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드러닙니다. “혹 한 그릇 식물을 위하여 장자의 명분을 판 에서와 같이 망령된 자가 있을까 두려워하라.” NIV영어성경은 이것을 “맏아들로서 유산을 상속받는 권리(inheritance rights as the oldest son)라고 번역합니다. 왜냐하면 고대 근동지역에서는 맏아들이 아버지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는 상속자의 권리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장자로서 에서가 장차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을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산을 생각해보십시오. 또한 사람이 배고프다고 당장 죽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만 참으면 맛있는 음식을 배풀리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에서가 어떻게 했다고요? 창세기25:32절이 아주 적나라하게 그의 심정을 묘사합니다. “에서가 가로되 내가 죽게 되었으니 이 장자의 명분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리요?” 그는 현재의 잠시 배고픈 것을 견디지 못하고 팥죽 한그릇에 장자의 명분을 손쉽게 팔아넘겨버렸습니다.  그런 에서를 성경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경홀히 여김이었더라.”(창세기25:34) 그는 장자의 명분을 가벼이 여기고 소홀하게 대하였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장자의 명분을 멸시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히브리서 저자는 에서를 “망령된 자”로 묘사합니다. 이 말의 헬라어 단어 의미가 참 의미심장합니다. 그것은 “문지방을  넘어버렸다”(crossing a threshold)는 의미입니다. 절대로 넘어서는 안될 마지노선을 넘어간 것입니다.  신약적 의미의 장자의 명분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자녀가 된 모든 자에게 주어진 특권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명분과 배치되는 행동이나 말로서 선을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늘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