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글자를 쓴 이유” : 고현권 목사

“큰 글자를 쓴 이유” : 고현권 목사

최근에 한국 야당의 30대 신임 당대표의 글씨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그의 필체는 그렇게 반듯하지 못하게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분이 중국 당나라 때에 나온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문구를 들이대면서 은근히 비판했습니다. 인재를 판별하는 방법으로 그 사람의 신체와 말, 그리고 글씨와 판별 능력을 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요즘은 거의 컴퓨터나 휴대폰 자판을 통해서 글을 쓰고 의사를 전하기에 펜을 들고 종이에 글씨를 쓰는 것이 당연히 어색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1500년전의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입니다.

바울 당시에 대서자(代書者)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주로 파피루스로 만든 얇은 판 위에 글씨를 썼습니다. 그런데 파피루스 용지 자체가 매우 귀한데다 그 표면이 거칠어서 글자를 쓰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작게 그리고 예쁘게 글자를 써주는 대서자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바울의 서신 대부분은 대서자를 통해 기록한 편지입니다.

그런데 갈라디아서를 쓸 때에는 편지 말미에 바울이 펜을 넘겨받은 후에 직접 자신의 손으로 글씨를 쓴 흔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 손으로 너희에게 이렇게 큰 글자를 쓴 것을 보라.”(갈6:11). 왜 그랬을까요? 나이 들어 눈이 어둡고 손 힘이 부족하였기 때문일까요? 존 스토트 목사님은 바울이 의도적으로 크고 볼품없이 글자를 썼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갈라디아교회를 혼란케 했던 거짓교사들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바울이 교회를 세우고 떠난 뒤에 예루살렘에서 온 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예수를 믿는 것만으로는 구원받는데 부족하다. 그러니 할례를 받아야 한다.” 이것 때문에 갈라디아교회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갈라디아서를 쓰면서 의도적으로 볼품없는 글씨체로 쓴 것입니다. 여기에 큰 메시지가 들어 있습니다. 글씨체때문에 그 편지에 담긴 내용이 좌우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할례여부가 구원의 자격 조건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오직 그리스도 예수의 십자가만이 유일한 구원의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믿는 자에게는 차별없이 구원의 은혜가 주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