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사순절”

사순절 (Lent)

고현권 목사

요즘 사순절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일단 사순절의 뜻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순절(四旬節)이라는 이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한자로 순(旬)은 “열흘”을 의미합니 다. 그러니까, 사순(四旬)이면 몇 일이 되겠습니까? 그렇지요. 40일이 되는 것입니다. 사순 절이란 총 40일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자기 절제와 회개, 기도 및 구제 의 실천으로 경건한 삶을 추구하는 기독교의 오랜 신앙 관습입니다. 참고로 사순절은 영어 로 Lent라고 하는데, “봄”(spring)이라는 의미와 “길다”(lengthen)를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부터 시작됩니다. 그런데 엄밀한 의미에서 재의 수요일 부터부활절 전날 (Easter Eve)까지는 40일이 아니라, 46일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그 이유는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절까지 총 여섯 번의 주일이 있는데, 주일은 예수 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쁨의 날이기에, 이 여섯 번의 주일은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 날수 에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순절의 시작하는 날을 “재의 수요일”로 명명한 것은 한 줌의 재가 될 죽을 수 밖에 없는 인생임을 자각함과 예수님의 고난에 대한 슬픔의 표시로서 이마에 재로 십자가를 그리는 데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때에 사용되는 재는 작년 종려주일에 썼던 종려나무 가지를 태워서 만든 것입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기도에 힘쓸 뿐만 아니라 풍성한 식탁의 절제 내 지 금식을 통해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합니다. 중세 때에는 사순절 기간 동안 하루 한끼만 식사하였으며, 육류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계란, 생선, 우유까지 식탁에서 배제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사순절의 금욕적인 성격 때문에 유럽에서 발달된 것이 바로 사육제(謝肉祭, carnival)입니다. 금식과 금욕적인 삶을 행해야 하는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배불리 고기를 먹고 즐기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 카니발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변질되어 음란과 향락의 축제의 대명사가 된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올해의 경우는 재의 수요일인 3월 6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단순한 종교의식이 아니 라, 정말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면서 자신을 경건하게 돌보는 사순절의 본래 의미 를 살린다면, 우리의 경건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요즘 자녀들과 함께 “미디어 금식”을 하고 있습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 TV나 인터넷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 나, 정해진 최소한의 시간만 사용하게 함으로, 경건생활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미디어 금식! 한 번 실천해 볼만한 현대적인 경건실천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