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수님을 저의 구주와 주로 인격적으로 영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입니다.그때에 가장 많이 부르면서 은혜를 받았던 찬송이 “저 높은 곳을 향하여”(찬543장)입니다. 사실 이 찬송은 찬송가 주제 분류상 “천국에 대한 소망”을 노래한 것입니다. 그래서 주로 연로한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찬송이고, 실제로 장례예배 때에 가장 많이 불려지는 찬송입니다. 그런데 겨우 16살짜리 어린 학생이 청승맞게(?)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린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습니까? 그러나 그때에 저에게 최애(最愛) 찬송은 누가 뭐래도 543장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가장 존경하는 주기철 목사님의 순교 일대기를 다룬 영화 제목이기도 해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는 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정규섭 장로님이 수백 페이지 족한 바인더를 건내주셨습니다. 저는 직감했습니다. ‘아, 장로님께서 몇 해전부터 집필한다고 하시던 바로 그 회고록 원고구나.’ 그런데, 표지에 붙은 제목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왜냐하면, 장로님이 당신의 회고록 제목으로 삼은 것이 다름 아닌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였기 때문입니다. 원고 수정을 부탁 받고 시간나는 대로 읽으면서 수정작업을 하였습니다. 가능하면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긴 문장을 몇 문장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발견되는 오타를 수정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원고를 읽으면서 어느새 장로님이 걸어오신 한국의 근현대사의 현장에 제가 들어와 있는 것을 경험하곤 했습니다. 한 인물의 일생을 통해 한시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오늘 오후 2시에 저희 교회 본당에서 정규섭 원로장로님의 회고록 출판기념회가 열립니다. 정장로님은 본교회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성장하는데 가장 헌신한 원로이십니다. 그리고 이 지역사회의 원로 지도자로 존경받는 분이십니다. 회고록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본교회 모든 성도님들을 대표하여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부탁드립니다. 최소한 3년은 더 채우고 백수(白壽)하시기까지는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보류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물론 생명은 주님께 속함을 인정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