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군대생활을 제주도에서 했습니다. 그런데 제 성씨가 고씨이고 본관이 제주인지라, 휴가를 끝마치고 부대로 복귀하기 위해 공항에 가면 제 명찰을 보고서 공항직원이 휴가를 받아서 집으로 가느냐고 묻곤 했습니다. 제주도 해안초소에서 주로 근무를 하다 보니 제주도 해안 주민들의 생활을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제주도 사람들은 제사를 지낼 때에 육지처럼 떡을 올리지 않고 각종 빵들을 올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연유를 알아보니, 제주도에서는 쌀이 거의 나지 않고 대신에 보리와 밀을 많이 재배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연히 그 형편에 맞게 떡 대신에 빵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1620년 9월 16일 영국의 플리머스항을 출발한 메이플라워호에는 신앙의 자유를 갈망하는 102명의 필그림들(Pilgrims)이 타고 있었습니다. 약 66일간의 험난한 겨울 대서양 바다를 가로질러 11월 21일 매사추세츠 해안에 상륙하였습니다. 그해 겨울 매사추세츠의 추위는 너무나 혹독했는데, 배고픔과 질병으로 절반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봄이 되자 주변에 살던 인디언들이 옥수수 농사법을 가르쳐 주었고, 그 결과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음식을 준비하고 도와준 인디언들을 초대하였습니다. 그런데 준비한 식사가 모자라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때 인디언 추장이 야생 칠면조를 잡아오도록 해서 부족한 식사를 채우게 되었는데, 이것이 추수감사절 터키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산 지가 제법 되었기에 저희 가정도 터키를 구워서 추수감사절을 보내고자 몇 번 시도를 했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대신에 터키의 빈자리를 양념 치킨이나 갈비로 대체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아내가 딸아이들과 함께 만두를 만들어 먹자고 계획하였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만두를 빚는 것이 저와 아내의 몫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딸들이 만두를 빚는 바람에 저는 여유롭게 찐 만두를 맛있게 먹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이 다 컸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다른 것 없이 그저 만두만 먹었는데 너무나 행복한 추수감사절이었습니다. 이번 추수감사절에도 가족들을 위해 수고한 모든 엄마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