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에서 공부할 때에 이웃에 사는 미국인들이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인 “Fourth of July”에 그릴을 설치하고 햄버그와 핫도그를 구워서 먹는 것을 보았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당장 조그만한 석탄 그릴(charcoal grill)을 구입하여 불을 지폈는데,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이 그저 흉내만 내다보니 핫도그용 소시지가 새까맣게 타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후 점점 익숙해지면서 여름, 특히 독립 기념일에는 아이들을 위해 햄버그를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워싱턴 DC의 Connecticut Ave에 가면 아주 젊잖고 품위있는 모습의 동상 하나가 서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John Witherspoon (1723-1794) 목사님입니다. 왜 이 분의 동상이 미국의 수도의 중심거리에 세워져 있을까요? 존 위더스푼(농담으로 ‘시들어버린 숟가락’)은 스코틀랜드 태생의 신학자요 목회자였는데, 미국의 뉴저지 대학(후에 프린스턴 대학교로 개명)의 총장으로 청빙을 받았습니다. 그는 교회와 신자는 마땅히 하나님의 통치의 한 부분인 국가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그 속에서 하나님의 주권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 결과 1776년 7월 4일 필라델피아에서 모인 대륙회의에 뉴저지주의 대표로 참석하여 독립선언서에 서명을 하였는데, 서명자 중 유일한 목사님이었습니다. 독립의 필요성 및 미국이 독립하지 못하였을 때에 처하게 될 위험성을 설파하는 그의 연설이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이들에게 큰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도서관에서 존 위더스푼 목사님의 전집을 발견하고서 이 분을 학위논문 주제로 삼아서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두 가지 정부를 통해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통치하십니다. 이 세상을 위해서는 세상의 정부를 통해 선을 장려하고 악을 징계하는 일을 맡기셨습니다. 그리고 영적인 세상을 위해서 교회를 세우시고 하나님의 백성들을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이것을 고백하는 교회와 신자는 마땅히 세상의 정부의 정당한 공권력과 법집행에 대해 기꺼이 순종해야 합니다. 물론 세상 정부가 하나님이 맡기신 권세의 목적을 망각하고 불의에 빠질 때에 교회와 신자는 불의한 세상권력에 항거할 수 있다고 종교개혁자인 존 칼빈은 가르칩니다. “시들어버린 숟가락”(Witherspoon)이 생각나는 독립 기념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