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필라델피아를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마침 그 날이 콜럼버스 데이(Columbus Day)라서 왕복 6시간 교통 체증이 없이 잘 운전하였습니다. 필라델피아는 2000-2004년까지 제가 공부하고 사역한 곳이며, 제 두 딸의 출생지이기도 하기에 저에게는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프리 웨이 간판에 친숙한 지명들이 나올 때마다 신이 나서 그 이름을 부르면서 그곳과 관련한 추억들을 아내와 떠올렸습니다. 이래서 고향은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인가 봅니다.
점심 시간을 맞추어 도착한 필라의 한 식당에서 저와 함께 얼바인 베델한인교회를 섬기던 후배 목사님 두 내외분을 만나서 식사하면서 즐거운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한 분은 다음 주일 오후에 담임목사 위임식을 하게 되었고, 다른 한 분은 12월 17일 오후에 역시 담임목사 위임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일 제자반과 시간이 겹쳐서 가지를 못하기에 미리 축하하고 격렬하기 위해 간 것입니다. 한참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한 사모님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필라델피아의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는 보수 개혁주의 신학의 요람 같은 곳으로 한국에 많이 알려져서 큰 기대를 가지고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그 유명한 신학교가 왜 그렇게 작은 지 실망이 되더군요.” 이 분의 말은 사실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는 본부건물, 도서관, 강의동, 서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학교 건물과 크기를 보고서 실망한 것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렇게 작은 크기의 신학교가 보수적인 개혁주의 신학을 이끄는 요람으로 쓰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복음의 정신을 잘 드러내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얼마나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나라를 세상적인 힘과 크기와 방식으로 접근하고 이해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가장 미련하게 보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죄인의 구원을 성취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가장 못나고 부족한 것 투성이의 갈릴리 어부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 복음 운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이것때문에 하나님의 위대하심이 더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것때문에 하나님만이 영광을 받으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숫자와 크기와 건물로 일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홀로 당신의 능력으로 일하시는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