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대통령을 보내드리며!— 고현권 목사

카터 대통령을 보내드리며!— 고현권 목사

제가 우리 교회에 부임한 첫해 겨울에 한 성도님이 조그마한 마대자루를 건넸습니다. 이것이 뭐냐고 물으니 버지니아 땅콩이라고 하였습니다. 열어보았더니 땅콩알이 튼실하고 아주 굵었습니다. 그 땅콩을 볶아서 먹어보니 그 맛이 기막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안 그 분이 매년마다 어김없이 버지니아 땅콩을 선물하셨습니다. 어느 날 인터넷 기사를 통해 왜 미국 남부지역이 땅콩농사로 유명해졌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 남부지역은 흑인노예들의 노동력을 이용한 목화재배가 왕성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목화가 땅의 자양분을 다 흡수하는 바람에 땅이 피폐해진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흑인 노예 부모 밑에서 태어난 조오지 카버 박사였습니다. 그의 해결책은 땅콩을 심는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땅콩이 땅의 지력을 회복시켜주었습니다. 이것때문에 남부지역 농업의 주요산물이 땅콩이 된 것입니다. 조지아주의 땅콩 농장주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의 대통령이 된 이가 지미 카터입니다.

카터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정치력이 약하다는 혹평을 받아야 했습니다. 특별히 그의 임기 마지막에 일어난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구출 실패 사건으로 재선에서 레이건 후보에게 패하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런데 카터 대통령의 위대함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미국이 외교문제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기꺼이 대통령 특사가 되어 헝크러진 실타래를 멋지게 풀면서 관계를 회복시키는 피스 메이커의 역할을 감당하였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1994년 북핵 위기때에 북한으로 날아가서 김일성과 회담한 장면입니다. 또한 카터 대통령은 집 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집 짓는 프로젝트인 “해비타트” 운동을 주도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카터 대통령은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중에도 주일학교 교사직을 수행했을 정도로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세말인 12월 29일 100세의 나이로 지미 카터 대통령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카터 대통령의 생애를 다룬 기사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가고 나이가 들수록 더 향기롭고 존경받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복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월 9일 Washington DC의 National Cathedral(국립 대성당)에서 열리는 장례예배에는 직접 갈 수 없지만, 생중계를 통해 그 분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