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善終)— 고현권 목사

선종(善終)— 고현권 목사

천주교회(로마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하셨습니다. 여러 부분에서 저와 신학적인 관점이 다르지만, 그 분의 지극히 겸손한 성품과 연약한 자들을 품는 귀한 마음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는 정말 흠모하고 존경하던 분이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점이 로마 가톨릭교회 역사상 비유럽권에서 최초로 교황직으로 선출된 것이라고 봅니다. 이 분은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분이 가톨릭교회 사제가 된 동기 중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12세때 짝사랑하던 소녀에게 사랑 고백을 하면서 “네가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신부가 될테야!” 물론 보기 좋게 거절당했지요. 물론 이것이 결정적인 계기는 아닙니다. 화학을 전공하고 교사로 일할 때 병으로 죽음의 위기에 놓였는데, 회복된 뒤에 자신의 일생을 주님을 위해 드리고자 사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고를 읽으면서 눈 여겨 본 단어가 그의 별세를 표현하는 “선종”(善終)이란 말입니다. 한국 개신교회에서는 언젠가 부터 별세를 “소천”(召天)이라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는 뜻이지요. 다시 돌아와서, 선종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참 좋습니다. “선한 끝마침”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말은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준말입니다. “선하게 잘 살고, 복되게 끝마친다”는 말입니다. 진정한 복된 삶의 마무리는 착하고 아름다운 삶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오직 자기만 알고 많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일삼다가 죽을때에 기도 받고 화려한 장례예배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장례식을 거행한들 그것이 무슨 복된 마무리가 되겠습니까? 바울은 유언적으로 말합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4:6-7) 여러분, 착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얼굴 펴시고, 조금 더 후덕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양보하고, 참고, 멋지게 살다가 주 안에서 복되게 마치기 바랍니다.“선생복종!”(善生福終) 이 말의 거울에 여러분의 마음을 비쳐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