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뒤에 군대에 입대하였습니다. 입영통지서에 대구에 있는 50사단 신병교육대로 정한 시간에 들어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먼저 군대에 들어갔기에 담임목사님이 직접 운전하여 보내주셨습니다. 당시 65세이셨던 저희 어머니는 차마 막내 아들의 입대를 직접 보지 못하겠다고 하셨는데, 돌아서서 그렇게 우셨다고 합니다. 훈련소 입소 직전 이발소에 들어가서 머리를 빡빡 밀었습니다. 그리고 6주간 빡빡 기면서 신병훈련을 받았습니다. 보통 지역 사단에서 훈련받은 현역병들은 당시 대개 그 지역의 전투경찰로 전출되어 데모진압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저를 비롯한 51명의 동기는 영문도 모른채 제주도 발령을 받았습니다. 알고보니 제일 앞번호와 제일 뒷번호에 유력한 분들의 자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 사이에 있던 저희들은 한묶음이 되어 제주도로 간 것입니다. 그 둘은 좋은데로 배치받고 나머지는 해안초소로 가서 고생 좀 했습니다. 그래도 늘 제주도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신병훈련받기 위해 머리를 빡빡 밀어본 것 외에 지금까지 늘 이대팔 가르마를 타고 살았습니다. 제 아내가 핀잔을 해도 저의 헤어스타일은 이대팔 가르마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요 며칠사이에 머리카락이 절반 이상 사라졌습니다. 2차 항임치료를 받기 위해 샤워하고 나니 거의 휑해졌습니다. 그래서 항임치료 다음날 박정아 집사님 헤어샵으로 가서 밀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제 머리를 밀면서 집사님이 계속 우시더군요. 생애 두번째 빡빡머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 더 안정이 생겼습니다. 더 이상 머리카락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것입니다. 당장 머리에 쓸 플랫캡(일본식 발음으로는 도리우찌, 제 아내 말로는 일본 앞잡이 모자)을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거울에 머리를 비춰보니 앞짱구 뒷짱구가 드러나는 제법 괜찮은 두상이었습니다. 고민하다가 설교시간에는 머리에 플랫 캡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성도님들께 제 두상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이상한 용기가 생겼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저의 사정을 양해해주시고 저의 새로운 변화를 넉넉히 받아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