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아시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고현권 목사

하나님이 아시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고현권 목사

십수년 전의 일입니다. 한국에서 오신 분이 교회를 방문하신 후에 저에게 뱃지 하나를 건넸습니다. 그 뱃지 속에는 작고 예쁜 꽃잎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꽃잎은 물망초였습니다.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주새요”(forget-me-not)입니다. 그 뱃지는 6.25 전쟁때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일에 헌신하는 분들을 보면서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암투병을 하면서 많은 암관련 유투브 영상과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여명(餘命)이 얼마남지 않은 말기암 환자들의 심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4기와 말기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4기는 치료받고 회복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말기암 환우들에게서 가장 큰 두려움은 다가오는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사람들로부터 잊혀지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자신을 기억하지만,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그들의 기억속에서 완전히 잊혀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제 마음 속에 역설적인 위로가 솟아났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점점 잊혀지게 되겠지만, 오직 한 분, 하나님은 언제나 나를 기억하시고 아신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되 뇌이면서 마음에 큰 평안이 임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열심을 내다가 시험에 빠진 분들을 자주 봅니다. 그 이유는 목사가, 그리고 성도들이 자신의 수고를 몰라준다는 것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은 평생 그런 일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알아주시고 기억해 주심을 의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잊지 않으신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여유가 우리 모두의 마음에 생겼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