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동료 목사님들과 함께 차를 타고 샌디에고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때마침 프리웨이 간판에 다음과 같은 지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La Jolla!” 한 분이 이렇게 읽었습니다. “라 졸라!” 그러자 다른 한 분이 틀렸다면서 자신있게 읽었습니다. “엘에이 졸라!” 어느 것이 맞을까요? 실은 둘 다 틀렸습니다. 그 지명은 스페인어에서 왔기에 “라 호야!”라고 읽어야 맞습니다. 샌디에고의 유명한 해변인 “라호야”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스페인어를 영어식으로 읽다가 종종 낭패를 봅니다. 이것은 이웃언어인 포르투칼어도 마찬가집니다. 포르투칼이 낳은 불세출의 축구스타의 이름은 “Ronald”입니다. 영어식으로 읽으면 “로널드”가 됩니다. 그러나 정확한 포르투칼어 발음은 “호날두”입니다. 브라질의 양대 도시 중 하나인 Rio de Janeiro의 정확한 발음은 “히우 데 자네이루”라고 합니다.
히우 데 자네이루하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두 팔 벌린 예수상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구속자 그리스도”(Cristo Redentor=Christ the Redeemer)입니다. 해발 710 미터 높이의 코르코바두 언덕 위에 세워진 이 예수상은 1922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9년 만인 1931년에 완공되었습니다. 부분 부분을 따로 제작한 뒤에 합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예수님의 눈과 펼쳐진 손이 향하는 곳에는 복이 가득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예수님의 눈과 손이 향하는 곳은 브라질의 최고 부자들이 사는 동네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인 이파네마 해변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얼굴 뒤편에는 히우 데 자네이루의 극빈층들이 빼곡히 모여 사는 달동네 파벨라가 있습니다.
누가 만들어냈는지 모르지만, 이런 논리는 빈부의 격차를 예수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비복음적인 낭설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얼굴과 손길은 오히려 가난하고, 병들고, 고통받고, 탄식하는 자들에게 향하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 속에 엉뚱한 생각이 작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거대한 예수상 밑에 회전장치를 만들어서 예수님의 얼굴이 부촌을 향할 뿐만 아니라 달동네인 파벨라에도 향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들이 만든 예수상은 진짜 예수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짜 예수님은 오늘도 하늘 보좌에서 이 땅을 두루 살피면서 전심으로 주의 은혜와 긍휼을 구하면서 탄식하는 자들을 향해 얼굴을 돌리십니다. 그리고 이제 교회와 성도가 그 예수님의 얼굴이 되어 구석진 곳을 향하고 비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