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어로 “때”(time)를 가리키는 단어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크로느스”(chronos)이고,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kairos)입니다. 크로노스는 매일, 매달, 매년 오고 가는 시간을 뜻합니다. “연대기”(年代記)를 가리키는 영어단어 “chronicles”가 크로노스에서 파생되었습니다. 반면 카이로스는 어떤 특정한 때를 가리킬 때에 사용됩니다. 다시 말해서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특별한 기회를 의미합니다. 카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의 신 카이로스의 모습이 아주 특이합니다. 앞머리는 덥수룩한 머리털로 뒤덮여 있습니다. 반면에 뒷머리는 한 올의 머리카락도 없는 대머리입니다. 사람들은 시간의 신 카이로스가 자기 앞을 지나갈 때에 그의 덥수룩한 앞머리를 보고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앞 머리카락이 덥수룩하니 조금 있다가 뒷머리를 잡아도 충분하겠어.”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뒷머리를 붙잡으려고 보니, 머리카락이 한 가닥도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의 신 카이로스를 놓치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범사(凡事)에 다 때가 있다고 말합니다(전도서 3:1). 때가 아닌데 섣부르게 나섰다가 낭패를 겪습니다. 반면 때가 무르익었는데 그냥 방관하면 좋은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게 됩니다.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 나라에 합당치 아니하니라.”(누가복음 9:62) 어떤 분들은 이 말씀의 의미를 뒤를 돌아보면서 쟁기질을 하면, 밭두렁이 삐뚤게 되기때문에 이런 말씀을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의 의미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배경이 되는 팔레스틴의 농사를 알아야 합니다.
팔레스틴 땅은 년중 삼분의 이 기간이 건기입니다. 그러다가 11월 정도부터 몇차례 비가 내립니다. 비가 내리면 건기 동안 딱딱하게 굳어졌던 땅이 축축하게 되어 쟁기질 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때를 방관하고 미루다가는 금방 내리쬐는 햇빛에 땅이 다시 굳어져서 쟁기질을 하기가 어렵게 되어 파종의 기회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붙잡는 저와 모든 성도님들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 (고후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