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가 되면 40년전 청소년 시절 고향교회에서 보냈던 성탄절이 떠오릅니다. 시골교회이지만 성탄절이 다가오면 학생들이 성극을 준비하여 공연을 하곤 했습니다. 그 당시 성경을 배경으로 한 성극을 제외하고서 각 교회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것 중의 하나는 “빈방 있습니까?”일 것입니다. 이것은 실제 미국의 어느 교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극화한 것입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주일학교에서 마리아와 요셉 이야기를 담은 성극을 준비중이었습니다. 만삭인 마리아가 요셉의 고향인 베들레헴에 호적하러 갔다가 진통을 느끼게 되었는데 방을 구하지 못해서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님을 낳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담당 선생님이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적절한 배역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 주일학교에는 발달 장애를 가진 랠프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이 아이에게는 마땅히 맡길만한 배역이 없었습니다. 고심하던 선생님은 랠프에게 여관방 주인역할을 맡겼습니다. 요셉과 마리아에게 한마디만 하는 배역이었습니다. “빈방 없어요!” 랠프는 수도 없이 이 한마디 대사를 반복하면서 연습하였습니다. 성극이 시작되고 드디어 자신이 대사할 순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빈방을 찾지 못해서 애타하는 요셉과 마리아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말해버렸습니다. “빈방은 없지만, 제 방을 쓰세요!” 그 한마디로 대사때문에 연극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대사 한마디가 너무나 큰 울림을 일으켰습니다. 이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교회들의 성탄절 성극의 단골 공연이 되었습니다.
최후의 심판때에 주님이 의인에게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너는 내가 주릴 때에 나를 먹여 주었고, 내가 헐벗었을 때에 나를 입혀주었다!” 의인이 반문합니다. “주님, 제가 언제 그렇게 하였습니까?” 그러자 주님이 하신 말씀이 무엇입니까?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 오늘도 요셉과 마리아처럼 빈방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빈방이 없다고 돌려보내지 말고, 자신의 방을 내어주면서 여기 쉬고 가라고 하는 넉넉함과 따뜻함이 우리의 마음 속에 일어나기를 고대합니다. 참, 내년 가을에 성극을 공연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자못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