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을 보면 살구가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출애굽기 25장 33널에 언급된 성막의 금등잔대 모양입니다. 금등잔대에는 일곱개의 등잔이 놓여 있는데 그 모양이 “살구꽃 형상”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민수기 17장에 보면 아론의 지팡이에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살구열매가 맺힌 것을 보게 됩니다. 예레미야 1장 11절에 보면 하나님이 예레미야에게 환상 가운데 보여주신 것이 살구나무 가지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살구가 언급된 구절들을 영어성경으로 보면, 살구를 뜻하는 “apricot”이 아니라 “almond”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구입해서 먹는 바로 그 아몬드입니다. 왜 초창기 성경번역자들은 아몬드를 살구라고 번역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몬드는 전형적인 사막기후성 열매입니다. 그래서 전세계 아몬드 생산량 1위가 서부 중가주 지역입니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한국인들에게 성경번역을 하는 선교사님들이 아몬드를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개살구가 아몬드 열매와 매우 닮은 것을 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개살구가 익지 않은 시퍼런 모습과 아몬드 열매는 매우 흡사합니다. 그리고 개살구의 씨앗과 아몬드의 씨앗 모양이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초창기 성경번역자들은 아몬드를 본적 없는 한국인들을 위해 살구로 번역을 했을 것입니다.
다시 아론의 싹난 지팡이 이야기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이것의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족장들이 대제사장 아론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에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열두 지파 족장들의 이름을 쓴 지팡이와 아론의 지팡이를 성막으로 가져오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성막 안 지성소에 그것을 두도록 하셨습니다. 다음날 가보니 오직 아론의 지팡이에만 싹이 나고 살구가 맺혀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이것을 통해 아론의 리더십을 백성들 앞에 재확인시켜 주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즉시로 아론의 싹난 지팡이를 지성소의 언약궤 옆에 두어 보관하게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자칫 아론이 이 지팡이를 들고서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고 드러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문득 제 고향집 마당에 있었던 살구나무가 그리워집니다. 지금쯤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