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박사와 별 이야기— 고현권 목사

동방박사와 별 이야기— 고현권 목사

제가 유독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있습니다. 칼럼 제목을 보신 분들은 짐작하실 것인데, 찬116장 “동방박사 세 사람”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첫 번쨰 이유는 가사가 복음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멜로디가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몇 번씩 부르거나 이 찬송가를 틀어놓고 무한반복 듣기를 하곤 합니다. 한글성경에 나온 “박사”라는 말은 헬라어 “magos”(마고스)를 우리 식으로 번역한 것입니다. 이 말은 “박사”(doctor)가 아니라, “현인”(賢人, wise man)을 뜻합니다. 이들은 페르시아의 왕을 자문하는 일을 하는 자들을 가리킵니다. 참고로 영어성경을 보면 “magi”라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magos”의 복수형입니다. 이들은 세계정세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왕을 자문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세계정세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될까요? 그것은 다름아닌 하늘의 별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을 통해서 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별자리를 관측하여 세계정세를 얻는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소리로 들릴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사람들은 하늘의 별의 운행이 세계 정세를 보여준다고 믿었습니다. 바로 이 일에 몰두한 사람들이 동방박사들이었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천문학자인 셈입니다. 한국의 한 천문학자가 자신을 가리켜서 이렇게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저는 별 볼일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별이 떠올랐습니다. 이들은 당시 별과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다 수집하고 연구하였는데 구약성경 민24:17절이 그들의 뇌리를 스쳤습니다. “한 별이 야곱에게서 나오며 한 규가 이스라엘에게서 일어나서” 당시 고대 근동지역의 사람들에게 별은 위대한 왕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한 별이 야곱에서 나온다는 것은 이스라엘에 위대한 왕이 탄생한다는 뜻입니다. 그들은 눈 앞에 나타난 이 별이 바로 유대인의 왕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 순간 그들의 마음에 한 열망이 일어났습니다. 직접 가서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아기를 만나서 경배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페르시아로부터 유대땅까지 도착하는데 4개월 이상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에는 예수님으로 인한 기쁨이 충만하였습니다. 별의 인도를 받아서 베들레헴의 한 집에 들어간 이들은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찬송가 116장 가사에 보면 예수님께 드린 황금은 그 분의 왕되심을 상징합니다. 유향은 그분의 제사장되심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몰약은 죽은 자의 몸에 바르는 용도로서, 이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과 대속을 상징합니다. 이런 해석은 매우 영감있고 은혜롭습니다. 그러나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의 대제사장되심과 자기 몸을 희생제물로 드려서 우리 죄를 속하신다는 믿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가지 예물은 당시 페르시아에서 왕에게 드리는 전형적인 선물세트였습니다. 비록 온전한 믿음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지만, 예수님을 직접 만나고 싶은 열망은 너무나 대단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