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고현권 목사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고현권 목사

제가 부목사일때에 참석한 영성 수련회의 말미에 간증 시간이 있었습니다. 2박 3일간의 수련회를 통해 받은 은혜를 간증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때 육십대 중반의 한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 조곤 풀어냈습니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침에 밝은 얼굴로 인사하고 나간 20대 딸이 교통사고로 그만 숨졌다는 비보였습니다. 그 순간 그 자리에서 기절하여 쓰러졌다고 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참석한 장례예배에서 이 여인은 통곡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한 나이 지긋한 권사님이 다가오더니 책망을 하였다고 합니다. “집사님, 딸이 천국에 갔는데 왜 이렇게 믿음 없는 사람처럼 울어? 기뻐하고 찬양해야 되지 않겠어?” 그 순간, 이 분의 마음이 뒤집어졌다고 합니다. “믿음이란 이름으로 슬픔을 정죄하는 이런 신앙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어!” 그때로부터 7여년 동안 분노와 상처 속에서 교회를 등졌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함께 아파해주던 친구의 권유로 영성 수련회를 참석하게 되었고, 자신의 아픔을 위로하시면서 품어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재발견하게 되었다고 간증했습니다.

베다니에 살던 나사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예수님이 동네를 찾아갔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나사로의 누이 마르다와 마리아가 통곡을 하면서 예수님을 맞이하였습니다. 이 모습을 본 예수님이 보이신 반응을 요한복음 11장 35절은 단 두 단어로 묘사합니다. “예수께서 우시더라”(Jesus wept.) 예수님은 지금 죽은 나사로를 다시 살리기 위해 찾아오신 것입니다. 그런데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는 이것을 믿지 못하고 예수님이 늦게 오신 것을 원망하며 통곡하였습니다. 제가 예수님이라면 그들의 불신앙에 대해 한소리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들의 슬픔에 동참하여 함께 울어주셨습니다. 바울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권면합니다. 기독교 신앙은 슬픔에 대해 공감하고 같이 울어주는 것입니다. 목요일 늦은 밤에 타교회 교인으로서 우리 교회 새벽기도회를 참석하시는 한 장로님으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투병중이던 아내가 밤 10:15분에 소천하였습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있던 권사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금요 새벽기도회에 참석한 장로님의 손을 붙잡고 함께 울며 기도하였습니다. 그냥 보내드릴 수 없어서 함께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문자를 보니 김미령 집사님의 모친이 한국에서 방금 소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시로 전화했더니 엄마를 잃은 어린 아이처럼 펑펑우는 집사님을 위로하면서 눈물로 기도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심정으로 우리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야 합니다. 이런 공감 능력이 가득한 우리 교회가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