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신약학 교수이신 이상일 박사님의 논문을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습니다. 발단은 이상일 교수님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발표할 소논문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올렸는데 너무나 흥미가 있어서 이메일로 논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더니 즉시 보내주셨습니다. 그 제목이 상당히 도발적이었습니다. “마르다, 마리아, 그리고 나사로 중 누가 첫째인가?” 여러분은 누가 첫째라고 알고 계십니까? 요한복음에 보면, 나사로를 오라비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나사로가 마르다와 마리아의 오빠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헬라어 성경에는 “오빠, 언니, 동생”의 개념이 없습니다. 그냥 형제, 자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영어성경은 “brother, sister”로 번역합니다. 그런데 가족 구성원의 상하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문화권에 속하다보니 이 표현들을 오빠, 언니로 번역한 것입니다.
이상일 교수님은 성경의 문맥을 고려해볼 때에 이들의 구체적 관계를 추론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에 따르면, 첫째는 마르다, 둘째는 마리아, 막내는 나사로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달라서 조금 당황하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상일 교수님은 근거로 세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성경이 이들의 이름을 거명한 순서입니다. 요한복음 11:5절을 보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예수께서 본래 마르다와 그 동생과 나사로를 사랑하시더니” 유대인들은 순서를 굉장히 중시합니다. 그래서 이름을 부를 때면 보통 연장자 순서, 혹은 중요한 위치의 순서대로 호명합니다. 이것에 근거하여 볼 때, 마르다가 첫째이고, 나사로가 막내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입니다. 둘째, 마리아는 마르다의 자매로 불리는데 이것은 마르다가 언니임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셋째, 요한복음에서는 이들 남매에 대해 말할 때 언제나 마르다를 제일 먼저 언급합니다. 이것은 마르다가 첫째임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입니다.
이 논문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경을 읽을 때에 처음 기록되었을 당시의 배경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런 오해가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상대방이 처한 형편과 배경에 대한 선 이해와 배려 없이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쉽게 단정하고 판단을 내릴 때에 항상 오해와 갈등이 일어나게 되는 것을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이해라는 뜻의 영어단어 understanding은 “다른 사람의 아래에 선다”는 뜻인데, 그럴 때에 그 사람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한 호흡을 늦추고 상대방의 형편과 처지를 이해할 때에 아름다운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