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0일이었습니다. 외할머니의 소천으로 한국에 나가 계셨던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카테터 시술로 막힌 혈관은 뚫었지만 의식이 없고, 뇌가 많이 부어 머리를 열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상황이었습니다. 죽음이나 질병은 늘 나와는 동떨어진 일처럼 느껴졌는데, 그런 일이 제 가족에게 닥치자 두렵고 떨렸습니다. 아버지께서 깨어나지 못하실 확률이 70퍼센트라는 말을 듣고, 이대로 돌아가시면 지옥에 가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큰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아버지를 살려주신다면 하나님의 종이 되겠다고 서원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임신하셨을 때 저를 목회자로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서원하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목회자가 되는 일은 제 인생의 계획에 전혀 없었습니다. 신학을 권유받았을 때도 단호히 거절했던 저였습니다. 그런 제가 스스로 하나님 앞에 서원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그저 ‘교회에 다니는 사람(churchgoer)’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그 서원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제 생각과 기준은 온통 세상적인 것에 맞춰져 있었지만,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하나님 없는 삶은 그 무엇으로도 참된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 삶의 전부가 되시며, 제 궁극적인 만족은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요 8:31–32절 말씀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자유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진노에 대한 두려움과 세상적인 성공을 향한 집착으로부터의 자유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도 오직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여러 장애를 안게 되셨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의식을 회복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시고 하나님께 나아가 기쁨으로 예배드리셨습니다. 약 4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와 함께하시다가 평안히 잠드시듯 소천하셨습니다. 저는 저희 가정에 허락하신 이 고난 또한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합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분명 고통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우리의 삶의 방향을 하나님께로 향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게 하시고, 하나님 한 분만을 의지하게 하시며, 영적으로 성장하게 하셨습니다.하나님을 섬기는 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가장 큰 기쁨이 되는 일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저를 불러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