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마쳤습니다. 2년동안 세들어 살았던 집에 렌트 기간이 끝나서 새로운 집으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21년간 미국에서 살면서 제일 힘든 이사였던 것 같습니다. 유학생활과 이민목회 생활을 하면서 6-7차례 이사를 했었지만 언제나 이사는 고되고, 피곤한 일입니다. 할수만 있다면 초가삼간이라도 좋으니 이사하지 않고 한곳에서 쭉 머무를 수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 그러나 목회자에겐 사치스러운 소망일는지 모르겠습니다. 신학교 시절, 실천신학 과목을 담당하셨던 목회현장에 계셨던 선배 목사님들이 해주셨던 충고가 새삼 떠오릅니다. “목회자는 늘 세가지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합니다. 첫째, 언제 어디서든지 설교할 준비, 둘째, 언제 어디로든지 이사할 준비, 셋째 언제 어느곳에서든지 순교할 준비” 반드시 이 세가지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선배 목사님들의 충고는 아직도 가슴깊이 새겨진 충언이자 격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사연 많은 이사를 하게 되면서 얻은 소소한 깨달음이 있어 함께 나눕니다.
첫번째 깨달음은 우리는 알게 모르게 너무 많은 쓰레기를 품고 산다는 것입니다. 매일 매일 생활 쓰레기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집 밖으로 실어 나르지만 정작 이삿짐을 싸기 위해서 집안 살림 이것저것을 꺼내놓다 보니 온통 쓸모없고 먼지 쌓인 쓰레기들이 산더미 처럼 쌓여있었습니다. 왜그리도 쓰지도 않고 쓸모도 없는 쓰레기들을 꽁꽁 숨겨놓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깨달음은 꺼내놓은 쓸모없는 물건들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침, 이삿짐을 정리하고 옮기는 일을 돕는 스페니쉬 친구에게 가지고 있던 물건 중 2~3개씩 가지고 있던 것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 친구는 너무 기뻐하며, 자기 아내와 딸에게 정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며 행복해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 친구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것을 보니 저 또한 기쁨과 행복이 몰려왔습니다.
세 번째 깨달음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낮은 곳으로 흘러가게 할 때, 비로소 참된 기쁨과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작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 아니 있는지도 몰랐던 물건이지만 이것이 필요한 이에게, 갖지 못한 이에게 흘러갈 때, 그 물건의 가치와 만족감은 두 배, 세 배가 되었습니다. 새롭게 정착한 이 집에서 몇 년을 더 살게 될지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사는 동안만이라도 매일매일 비우고, 나누고, 흘러가게 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